가족 중 아버지만 난민 면접을 보고, 나머지 가족은 서류만으로 난민인정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파키스탄 국적의 ㄱ(13)군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2010년 1월 부모와 단기방문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ㄱ군은 그해 6월 동반 체류 자격으로 변경허가를 받고 한국에 머물러왔다. ㄱ군 가족은 체류기간 만료일을 앞둔 2012년 9월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는 ㄱ군의 아버지만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관련 규정상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4년 3월 ㄱ군 가족 모두 난민 불인정 처분을 했다. ㄱ군이 이의신청을 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기각하면서 인도적 측면을 고려해 ㄱ군을 인도적 체류자로 결정했다.
ㄱ군은 출입국관리소가 난민 불인정 처분을 하기에 앞서 면접 절차 등 사실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문제도 있고, 가족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해 위협을 받고 있고 있는데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 역시 “ㄱ군이 미성년자라 해도 처분 당시 만 11세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면접 절차 진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ㄱ군의 박해 사유가 부모와 동일한지, 고유한 박해 사유는 없는지 등을 조사·확인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앞서 ㄱ군의 어머니 역시 같은 이유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을 내 지난해 11월 승소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1심에서 확정됐다. 반면 유일하게 면접을 거쳐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은 ㄱ군의 아버지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ㄱ군의 아버지는 한국에 사업목적으로 입국했고, ㄱ군의 아버지가 난민 면접 당시 부인과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난민인정 신청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군의 아버지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중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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