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서 상근자로 일했던 홍아무개씨는 2014년 5월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에 뒤늦게 도착하자마자 용산경찰서 정보관으로부터 집회를 해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래 노조는 근처인 이태원역 등지에서 ‘임금·단체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는데, 참가자들이 이 부회장 집 앞에 모여있자 경찰이 집회신고서를 냈던 홍씨를 찾아 해산을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홍씨는 얼마 뒤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아야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혐의였다.
홍씨는 수사과정에서 “집회 장소엔 용산경찰서 정보관의 전화를 받고 도착한데다, 나는 집회 주최자나 주관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채증 동영상·사진 등을 증거로 홍씨를 지난해 2월 약식기소했다. 이에 홍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지난달 21일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3단독 이광우 판사는 “홍씨가 연락책임자에서 더 나아가 집회 주최자와 공범으로 형사책임을 질 정도로 집회 개최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판사는 “경찰의 채증 사진·동영상을 보면 홍씨는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열 밖에 있었고,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신고된 집회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하자 대열을 정리하고 대열 옆에서 구호를 1회 외친 사실만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채증 동영상을 바탕으로 수사를 했던 경찰·검찰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 셈이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