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도 못 피한 ‘무한경쟁’
법무법인 바른, KB·농협카드 상대
개인정보 유출 피해 3차원고 모집
폴크스바겐 구매자 소송도 대리중
주고객인 기업과 소송싸움 이례적
“기업 법무팀 탓 로펌 일거리 줄어”
법무법인 바른, KB·농협카드 상대
개인정보 유출 피해 3차원고 모집
폴크스바겐 구매자 소송도 대리중
주고객인 기업과 소송싸움 이례적
“기업 법무팀 탓 로펌 일거리 줄어”
그동안 대형 로펌의 주요 고객은 기업이었다. 기업의 소송이나 법률자문이 로펌의 주된 ‘사업 영역’이었다.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소액·공동소송은 주로 소규모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소송이 대표적이다.
법무법인 바른이 1일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 회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공동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바른은 국내 로펌 가운데 10위 안에 드는 법무법인이다. 대형 로펌이 주요 고객이던 기업을 상대로 피해자들을 모집해 대규모 공동소송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소송의 ‘피고’는 2년 전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엔에이치(NH)농협카드와 케이비(KB)국민카드다. 앞서 바른은 2014년 1월 카드 회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뒤 1·2차 손해배상 소송 원고들을 모집해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바른은 지난달 22일 법원이 처음으로 정보 유출 피해자 5000여명이 카드사 등을 상대로 낸 4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명당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하자 이번에 3차 소송인단을 모집하기로 했다. 기한은 올해 12월10일까지다.
개인정보 유출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효력을 미치는 ‘집단소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개별 또는 공동소송을 통해 배상받아야 한다. 1·2차 때와 달리 착수금은 무료이지만, 10%씩 받던 성공보수금은 20%로 올리겠다고 바른은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같은 사건에서 승소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모일 가능성이 큰 만큼 바른이 성공보수금으로 받게 되는 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른은 배출 가스 조작 논란을 빚은 폴크스바겐 국내 구매자들을 대리해서도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바른과 같은 대형 로펌이 기업을 상대로 공동소송에 나서는 것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로펌은 주로 대기업과 정부 등을 상대로 법률자문이나 소송대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하는 소송은 꺼린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우리는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고, 은행·증권·카드사 역시 법률자문을 해주는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소송은 못한다”고 말했다.
바른의 장용석 변호사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 활동이 있으니까 공동소송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며 “다만 공익에 기여를 하면서도 동시에 영리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공동소송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시장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기업들이 최근에는 사내 법무팀에 변호사를 확충해 예전에는 로펌에 맡겼던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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