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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예쁜데…개념까지” 이 말 들으면 좋아해야 하나요?

등록 2016-02-01 20:00수정 2016-02-01 21:23

홍승희씨. 사진 연합뉴스
홍승희씨. 사진 연합뉴스
SNS서 효녀연합 홍승희씨 외모평가
“여성 상품화” 홍씨 언니 글 올리자
누리꾼 “페미니스트” 조롱·신상털기
같은 피해 여성 5명 공동입장문 내
‘미소녀’, ‘개념녀’,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쁜…’

지난달 6일,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26)씨가 ‘효녀연합’이란 이름으로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문제를 지적하자, 언론과 누리꾼들은 그에게 ‘젊고 예쁘면서도 개념있는 여성’이란 꼬리표를 붙여주며 열광했다. 홍씨가 바라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자는 쪽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대신, ‘효녀’를 지켜주겠다는 ‘오빠연합’이 등장하는 등 엉뚱하게도 홍씨의 외모와 여성성에 대한 관심이 주가 됐다.

보다 못한 승희씨의 언니 홍승은(28)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남겼다. “예쁘다는, 일상적이지만 지독한 시선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내 안의 아베나 어버이연합은 보이지 않나.” 동생이 전하고자 한 의미보다는 외모·성별·나이가 먼저 이야기되는 현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끔찍한 여성폭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은 글이었다. 승희씨는 이 글을 공유하며, 언니의 뜻에 공감했다.

돌아온 건 누리꾼들의 ‘공격’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자매의 가족사를 들춰가며, 승은씨에 대해 ‘동생 활동에 찬물을 끼얹으며 질투하는 언니’, ‘동생을 들들 볶아 페미니스트 만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모욕적인 글을 올리고 덧글을 달았다. 이들 중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 진보적인 글을 게시하며 수천명의 팔로어를 지닌 누리꾼도 있었다. 승은씨는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참으려고 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언니에 대한) 글을 내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승희씨의 요청을 받은 한 누리꾼은 승희씨를 두고 “언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주체적 인간”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승희씨는 “늘 영웅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대상화에 고립감을 느끼던 상황에서, 마녀사냥 하듯 언니를 공격하는 모습까지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홍씨 자매의 경험은 비단 두 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두 사람 외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여성’의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가, ‘신상털이’,‘외모평가’등 모욕의 대상이 된 여성 5명은 지난달 31일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이 결여된 폭력을 공식 사과하고, 게시물 삭제, 가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공동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승희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직접 겪게 됐다.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성찰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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