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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왜 ‘삼례 3인조’가 범인이 됐나

등록 2016-02-03 14:51수정 2016-02-04 10:40

삼례3인조 상해치사사건 ‘수사의 재구성’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인 ‘삼례3인조’는 검·경에 의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일까? ‘부산3인조’는 이 사건의 진범이 맞나? ‘삼례3인조’를 찾은 이아무개(48)씨는 ‘부산3인조’중 1명으로 자신들이 실제 진범이라고 17년만에 범행을 고백했다. 검·경은 어떻게 ‘삼례3인조’를 범인으로 몰았고 ‘부산3인조’의 진범 자백은 왜 외면했을까?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과 당시 검·경 수사 및 재판기록을 토대로 이들의 엇갈린 운명을 재구성했다.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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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들 거짓말하는구만”

“설 연휴 때였어요. ‘이 새끼 거짓말하는구만’ 하면서 경찰이 때리기 시작했어요.”

강도치사 사건이 일어났지만 지문 등 현장 증거는 없었다. 범인들이 20대 초반이며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피해자 가족 진술뿐이었다. 우범자를 상대로 수사하던 경찰은 불심검문을 하다 임아무개(당시 20)씨를 검거해 자백을 받은 데 이어, 최아무개(당시 20)· 강아무개(당시 19)씨를 붙잡아 공범이라는 자백을 받았다. ‘삼례3인조’가 구속된 것이다.

현장증거 없이 “경상도 사투리” 진술뿐
경찰, 불심검문 중 3명 붙잡아 수사 시작
용의자들 “경찰이 때려” “검사가 윽박질러”
자백을 유력한 증거로 8개월 만에 신속 판결

임씨는 <한겨레>에 “완주경찰서에서 경찰이 가슴과 머리 쪽을 손발로 때렸어요. 다른 친구들 맞는 소리도 들리고…”라며 당시 무릎을 꿇린 채 발바닥을 얻어맞던 자세를 재연했다. 강씨 역시 “무섭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씨는 임씨가 범행 제의를 했다는 사실을 덜덜 떨며 자백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적장애인이다. 당시 전주보호관찰소 신아무개 보호관찰관은 “강씨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횡설수설하는데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한글도 제대로 못쓰던 강씨는 3장의 범행 자술서를 썼다.

검찰도 변호인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강씨는 “검사가 윽박질렀어요. ‘너네가 했어, 안했어’ 소리 질러서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국선변호인에게 하소연했지만 “형량만 더 올라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겁에 질린 이들은 자포자기했다. 자백은 범행의 유력한 증거였고,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임씨 등의 집에서 발견됐다는 드라이버와 부엌칼 등 9점이었다. 구속 8개월 만에 이들의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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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범 안다” 제보에 “정신 이상 아냐?”

첫 재판이 진행 중이던 99년 4월 완주서 형사계로 전화가 걸려왔다. ‘범인이 누군지 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다 끝난 사건’이라고 했고, 제보자는 ‘전에 교도소에서 알았던 선배와 내 친구들이 한 범행’이라고 털어놨다.

제보자는 부산에 사는 이아무개(당시 31)씨였다. 그는 경찰에게 ‘익산에 사는 선배 조아무개(당시 32)와 부산에 사는 친구 이아무개(당시 31), 배아무개(당시 31)가 우석대 앞 슈퍼에서 할머니를 살해했다. 초등학교 친구인 배씨한테 이야기를 듣고, 그 때 빼앗은 녹색 큐빅이 있는 반지와 목걸이를 함께 아는 금은방에 팔았다”고 말했다. ‘삼례3인조’는 가짜 범인이고, 진범인 ‘부산3인조’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첫 재판 진행중 완주 형사계로 전화 걸려와
“범인 누군지 안다…교도소 선배·친구가 범행”
경찰, 현상금 노린 정신이상자 진술로 종결

당시 이씨를 만났던 경찰 관계자는 10개월이 지난 2000년 2월1일 검찰 수사보고에서 ‘(이씨에게) 선배와 친구들의 범죄행위를 제보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현상금 300만원을 받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금전을 노리는 정신이상자의 진술 등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제보자 이씨는 “(부산3인조의) 조아무개가 내 돈을 훔치지 않았다면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진범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경찰이) 정신병자 취급하더라”고 말했다.

임아무개씨(왼쪽)가 경찰에게 맞는 자세를 재연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임아무개씨(왼쪽)가 경찰에게 맞는 자세를 재연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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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부산3인조 자백’ 받았으나 전주지검은 무혐의 종결

경찰이 묵살한 제보 수사가 이뤄진 것은 대법원에서 삼례3인조의 형이 확정된 뒤인 1999년 11월24일이었다. ‘나라슈퍼사건 진범을 안다’는 제보를 받은 부산지검 강력부는 내사에 착수해 조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와 배씨는 히로뽕 투약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검찰은 금은방 주인과 매입장부 조사를 통해 이들이 탈취한 장물 거래 사실도 확인했다.

형 확정 뒤 부산지검에 “진범 안다” 제보
한 명 긴급체포 뒤 자백받아 전주지검 이첩
하지만 2개월 뒤 “혐의 없다” 내사 종결
당시 부산지검 수사관 “부산 범인들이 진범”

사건은 2개월 뒤 당시 이아무개 부산지검장 지시에 따라 전주지검으로 이첩됐다. 부산지검은 이첩 하루 전날 부산3인조의 자백이 담긴 진술녹화영상을 찍었다.

전주지검은 그러나 2개월 뒤인 2000년 3월21일 부산3인조에 대해 ‘혐의 없다’며 내사를 종결했다. 전주지검은 “부산3인조가 부산지검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자백한 반면, 전주지검 1차 조사에서는 범행을 시인하다 2차부터 모두 부인했고, 도박 빚을 받지 못한 제보자의 과장된 제보”라고 결론지었다. 반면 삼례3인조에 대해선 “경찰·검찰·법원에서 일관되게 자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시 부산지검 수사에 참여했던 강아무개 수사관은 <한겨레>에 “(삼례3인조는) 처음부터 잘못된 수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사건 발생보고서를 보면 용의자를 경상도 말투를 쓰는 20대로 특정했다. 현장 생존자 2명도 기억했다. 삼례3인조는 모두 전라도에서 태어나 다른 지역으로 간 적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했다. 또 “전주지검이 (부산3인조)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그러나 부산 범인들이 진범”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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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목소리’ 아는 목격자 있지만…재심은 기각

사건 당시 슈퍼 안에서 잠을 자던 유아무개·최아무개씨 부부는 범인들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숨진 유 할머니의 조카 부부인 이들은 어둠 속에서 범인 1명이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최씨는 2000년 초 전주교도소에서 삼례3인조 임씨를 만났다. 교도소 교화위원이었던 박영희(66)씨는 <한겨레>에 “임씨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해서 최씨와 함께 만났는데, 최씨가 “범인 목소리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슈퍼에 있어 범인 목소리 기억한 증인
교도소에서 범인 만났는데 “그 목소리 아니다”
검찰 “우리로선 할 게 없다…재심 청구하라”
그 뒤 재심 청구했지만 2002년 대법원서 기각

최씨는 이후 박씨와 부산지검을 찾았다. 부산지검으로부터 도난당한 패물에 대해 묻는 전화를 받고 수사 사실을 알게 됐다. 부산3인조는 전주지검으로 이첩된 뒤였다. 최아무개 검사는 ‘범인 목소리를 아냐’고 물었다.

박씨는 “검사가 진술녹화실로 데려가더니 부산3인조 주범 격인 1명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최씨는 그 자리에서 (범인이 맞다며) 울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우리로서는 할 게 없다. 재심을 청구하라’고 했다. 삼례3인조 중 최아무개씨가 낸 재심 청구는 2002년 2월 대법원에서 기각됐고 부산3인조 역시 묻혀 버렸다.

수원·전주·부산/홍용덕 박임근 김영동 기자 ydhong@hani.co.kr


재심 2차 청구, 진실 밝혀질까

변호인 “진범이 자백…새로운 증거 재검토 필요”
피해자 가족 17년간 보관한 현장검증 동영상 추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으로 ‘삼례3인조’ 청년 3명은 최고 6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억울함과 분노, 두려움 속에 이들은 어둠을 헤맸다. 이들의 ‘죄와 벌’은 정당했을까? 17년 동안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렸다는 이제 50살을 바라보는 한 중년 남자(‘부산3인조’ 이아무개씨)의 고백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 당시 10∼20대 청년 3명을 처벌했던 수사·사법당국은 어떤 생각을 할까?

삼례3인조의 최아무개(37)씨가 재심 청구(1차)를 한 것은 2000년 6월이었다. 진범 조사를 했던 부산지검 검사가 재심 청구를 권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항고·재항고를 거쳐 2002년 2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했다. 당시 재심 청구를 맡았던 안호영 변호사는 “삼례3인조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협박과 강요에 따른 허위자백이 있었고, 현장에 없었다면 알 수 없는 내용을 말한 진범이 (부산지검에) 검거되는 등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것’을 재심 사유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전주지검이 진술이 번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부산3인조를 무혐의 처분했고, 법원은 이 근거를 인용해 기각 사유로 삼았다.

14년 만인 지난해 3월, 삼례3인조가 전주지법에 재심 청구(2차)를 했다. 같은 해 11월 심문기일이 열렸고, 3∼5월께 재심 여부가 결정된다.

2차 재심 청구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1차 재심 청구 때는 진범의 자백이 번복됐다는 이유로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은 부산3인조 이아무개씨가 진범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2009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새로운 증거의 명백성 인정 요건이 완화돼 진범 자백의 신빙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사건 피해자 가족이 촬영해 17년간 보관해온 경찰의 현장검증 동영상이 재심 사유 근거로 추가됐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폭행과 질문 유도 등에 의한 현장검증조서 허위 작성, 직무상 가혹행위 등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자료”라고 말했다. 삼례3인조 구속 이후 이뤄진 부산3인조의 진술과 피해자 가족 및 전문가의 추가 진술 등도 진범 자백의 신빙성을 입증할 자료로 제출됐다.

당시 수사 관련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삼례3인조를 구속했던 전주지검과 완주경찰서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말하기 곤란하다’ ‘재심 결정에 따르면 될 일’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반면 진범 자백을 받고 부산3인조를 전주지검에 넘겨줬던 당시 부산지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재심을 통해 삼례3인조가 누명을 벗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표 참조).

재심 청구인들은 물론, 일부 수사관과 진범, 피해자 가족들은 삼례3인조의 누명을 벗기는 문제 외에도, 무고한 이들을 범인으로 몰아 황폐화시킨 공권력의 폐해를 바로 잡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범임을 자백한 이씨는 “진실이 아닌 진실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진실을 인정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뒤바뀐 살인자…“제가 범인입니다” 17년만의 참회
▶범행 고백한 이씨 “경찰과 검찰이 거짓 만든 장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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