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손배소 청구 기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이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시험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됐던 류병운 홍익대 법학과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우철)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지난해 “류 교수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류 교수는 지난해 6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낸 기말고사 영문 지문에 “Roh(노)는 17세이고 그의 지능지수는 69이다. 그는 6세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결과 뇌의 결함을 앓게 되었다”는 내용을 실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건호씨는 “허위사실의 적시이며,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류 교수는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의 의도 없이 가설적 사례를 사용해 불법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류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7살이면서 지능지수가 69인 ‘Roh(노)’는 대통령을 역임한 노무현과 명백히 다른 이임을 류 교수의 시험문제를 푼 대학생이라면 알 수 있다. 해당 문항은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사실관계 일부를 진실과 명백히 다르게 재구성해 풍자적으로 표현했을 뿐 노 전 대통령에 관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문항을 출제한 류 교수의 행위가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더라도 법이 아닌 토론 등을 통해 풀어야 하며, 대학 내에서 학문과 예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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