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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례 3인조’ 억울함 알린 박영희씨 “누명 벗겨줘 위로돼”

등록 2016-02-03 15:33수정 2016-02-03 23:57

박영희씨. 사진 박임근 기자
박영희씨. 사진 박임근 기자
교도소 교화위원때 옥살이하던 임씨 만나
“할머니 얼굴 봤어야 기도 하죠” 말 듣고
피해자 가족 만나고 방송사 제보 등 동분서주
진범 밝힌 이씨에게 “어려운 용기내줘 고마워”
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전주시 송천동 집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난 박영희(66)씨는 “재심은 인용될 것입니다. 명확한 증거도 있지만, 이 아이들이 너무 열악한 조건에서 소외됐기에 하늘이 도울 겁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1999년 전주교도소 교화위원을 10여 년째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죄수로부터 ‘누명을 쓴 3인조 강도 임아무개(당시 20)씨를 만나 달라’는 쪽지를 받았다. 임씨는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삼례3인조’ 중 한 명이다. 박씨는 당시 집안 사정으로 여유가 없었고, 종종 이런 부탁이 있는 터라 그냥 넘어갔다.

1년쯤 지나 임씨를 만났다. 임씨가 천주교 세례를 받도록 돕는 과정에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박씨는 임씨에게 ‘범죄를 고백하고 숨진 할머니를 위해 기도하라’고 했다. 그런데 한글도 잘 모르고 말도 어눌했던 임씨가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얼굴을 봤어야 기도를 하죠. 그 동네 살았으니 현장을 지나칠 수는 있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어요.”

박씨는 고민했다. 그는 국립대 교수인 남편이 오해를 받아 긴급체포 됐다가 6개월 뒤 복직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박씨는 “나는 억울하다고 말하면 들어줄 사람이 있고 변호사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외면하고도 하느님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다.

박씨는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캐면 캘수록 무언가가 보였다. 임씨 등이 진범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사건 당시 슈퍼 안쪽에서 잠을 자고 있던 유 할머니의 조카 부부 유아무개·최아무개씨는 경상도 말투인 범인의 낮은 목소리를 기억했다. 박씨와 함께 전주교도소로 면회를 간 최씨는 임씨의 목소리를 듣더니 “범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부산지검에서 ‘부산 3인조’의 진술녹화영상을 보게 됐다. “최씨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어버렸다”고 박씨는 말했다.

박씨는 이후 3~4년 동안 방송사, 사법부, 행정부, 국회 등을 쫓아 다녔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삼례3인조와 진범임을 고백한 부산3인조의 이아무개씨가 박씨의 집에서 만났다. 박씨는 이씨에게 “어려운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진범이 고백을 해서) 누명을 쓴 아이들이 주변 친척들에게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아이들에게 마음의 감옥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씨의 딸 백선경 변호사도 삼례3인조의 재심 청구에 참여하고 있다.

박씨는 “제가 아니었어도 다른 사람을 시키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이 부분을 결말지으실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뒤바뀐 살인자…“제가 범인입니다” 17년만의 참회
▶범행 고백한 이씨 “경찰과 검찰이 거짓 만든 장본인들”
▶왜 ‘삼례3인조’가 범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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