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오르면 수입 늘텐데 “값 상승 담합 말자”
서울 용산구 중개사협 자정 나서
몇년사이 임대료 3~4배 이상 뛰어
‘원주민 이탈’ 젠트리피케이션 속출
홍대·이대 상권처럼 침체될라 우려
서울 용산구 중개사협 자정 나서
몇년사이 임대료 3~4배 이상 뛰어
‘원주민 이탈’ 젠트리피케이션 속출
홍대·이대 상권처럼 침체될라 우려
“부르는 게 값이에요. 매물도 없어서 못 팔아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이어 최근 ‘핫한’ 골목이 돼버린 해방촌은 오래된 미용실·슈퍼마켓 등이 밀려난 자리를 카페·레스토랑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상가 임대료는 3~4배 남짓 뛰었다. 이 지역 토박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4일 “상가 매매의 경우 3.3㎡당 7000만원까지 올랐지만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떠버린’ 경리단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도 4~5년 전에 비해 임대료가 2배 이상, 권리금은 3배 이상 올랐지만 가게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 유아무개씨는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는 탓인지 가게 구하는 사람들이 ‘주인이 어떤 분이냐’는 말을 많이 한다”며 “새로 건물을 매입한 분들은 투자한 금액이 있으니 임대료를 세게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가·임대료 상승과 원주민 이탈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 지역에서 이어지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용산구지회는 최근 “상가 임대료 및 권리금 상승 담합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돈희 지회장은 “홍대입구·이대입구 등 상권이 침체된 이유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물건·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라며 “2017년에 미군이 떠나면 용산의 상권 자체가 바뀔 텐데 그때 더 힘들어질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결의대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도 있지만, 자신의 수익과 직결되는 임대료·매매가를 올리지 말자는 운동을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스스로 할 정도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위협이 커졌다는 반증이란 말이 나온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부동산 거래가가 최고점을 찍게 되면 부동산 거래가 줄어 중개업자들의 영업기반도 사라지게 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업자들의 이런 결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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