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도곡동 80대 할머니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검찰이 밝힌 범행 동기를 인정하지 않아 이 사건은 ‘동기 없는 살인사건’으로 끝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한때 자신이 세들어 살았던 다세대 주택의 주인인 80대의 함아무개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정아무개(6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2월24일 오전 8시50분께 서울 도곡동의 한 다세대 주택 2층에 살던 함씨의 집에 들어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함씨의 다세대 주택 1층에 세들어 살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논란이 된 것은 범행 동기였다. 집안을 뒤져 현금이나 귀중품을 가져간 흔적이 없었다. 검찰은 “정씨가 평소 당뇨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2011년 2월부터 수면제 의존성 증후군, 공포 불안 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별다른 수입 없이 도박 등으로 재산을 탕진한 상태에서 전화요금 미납과 채권추심회사의 채무독촉을 받아왔다”며 “사건이 벌어진 날 정씨가 함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동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여도 이를(범행동기)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같은 범행 동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다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정씨의 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씨는 재판과정에서 “당뇨를 앓고 있어서 당뇨에 좋은 식품을 구입하기 위해 함씨를 찾아갔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함씨가 얼굴을 밀어 식탁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간질 발작이 일어나 기절했다”며 “발작이 끝나 깨어난 뒤 함씨의 방문이 닫혀있자 열어보지 않고 ‘할머니 저 갈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다”라고 주장했다. 함씨의 양쪽 손톱 전부와 목 부위, 함씨의 손목을 묶는데 사용된 휴대폰 충전용 케이블 등에서 모두 정씨의 디엔에이(DNA)가 나왔지만, 정씨는 이같은 증거들은 “제3자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범행동기는 확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정씨가 함씨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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