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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2년 전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찰 간부, 순직 인정된 사연은?

등록 2016-02-10 11:57수정 2016-02-10 12:02

법원이 12년 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 간부의 순직을 인정했다.

경기 파주경찰서에서 경비교통과장으로 근무하던 진아무개씨는 2004년 7월의 어느날 아침 참모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무런 말 없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은 진 경정이 가족과 떨어져 1년 넘게 홀로 지내고 있었던 관사를 찾았다. 10평 남짓한 관사 옷장 안에서 진 경정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진 경정은 36살의 젊은 나이였다.

경찰대 출신인 진씨는 경정으로 승진한 뒤 2003년 4월 파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1년 넘게 숙직실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수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그가 부임한 2003년에는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고 신효순·심미선씨 사망 사건으로 파주 미군 부대 경비가 강화된 상황이었다. 진씨가 숨지기 직전인 2004년 6월에는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사망 사건으로 미군 경비업무 부담이 더 늘어났다. 그는 경비교통과장으로 일하면서 548차례 미군 시설 경비 등 경비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또 당시 파주에는 신도시 개발과 엘지(LG) 필립스 엘시디(LCD) 공장 건설 등으로 교통량도 크게 늘어났다. 진씨는 근무하는 동안 교통단속과 음주단속 등 단속건수만 2만7000여건을 총괄해야 했다.

그는 평소에 가족들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대인기피증 등 우울증 증세도 있었지만 경찰 경력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따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 대신 내과 진단서로 병가를 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2004년 2월에는 전직 신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씨는 유서를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근무수첩에 ‘죽음’, ‘자살’ 같은 단어와 함께 ‘깊게 드리워진 우울함, 나를 건져낼 수 있을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등 업무로 인한 괴로움을 암시하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진씨는 2004년 6월 파주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실무회담 경비업무를 마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씨의 유족은 2006년과 2013년 국가유공자 유족과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차례로 냈지만, 서울북부보훈지청은 ‘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진씨의 사망이 국가 수호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진씨를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김 판사는 “진씨가 경비교통과장으로 일하면서 업무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급격하게 우울증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진씨를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업무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김 판사는 진씨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등에 직접 관련 있는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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