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할머니들 손배 집행 신청 수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최근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로부터 월급을 압류당하게 됐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일 이옥선(90)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와 세종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금 9천만원의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이 신청은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서울동부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뒤 생긴 채무관계에 대한 집행을 위한 것이다. 법원이 압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세종대 학교법인은 지난 15일 박 교수에게 “민사집행법에 따라 매월 급여의 일부 금액을 청구 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압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급여채권 압류 안내’ 전자우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옥선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출간된 박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에 있는 34가지 문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는 표현이 들어 있다”며 박 교수를 상대로 2014년 6월 출판·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1인당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달 13일 박 교수에게 “원고 9명당 1천만원씩 모두 9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박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오늘 이번달부터 급여를 압류당하게 될 거라는 내용의 메일을 학교로부터 받았다. 피고가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 초강경 수단인데, 나눔의 집 목적은 결국 내 명예를 현재 이상으로 훼손하는 데 있는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신청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명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교수는 가해자임에도 피해자처럼 말하고 있다. 손해배상 승소 판결 뒤 배상을 가집행할 수 있는 법적 절차에 따라 신청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법률 대리인인 양승봉 변호사는 “재산 은닉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압류한다는 박 교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돈이 목적이 아니기에 박 교수가 명예훼손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사과하면 언제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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