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수임’ 김형태 변호사 등
법원 “공소시효 지났다”
5명중 2명만 집유·벌금 선고
법원 “공소시효 지났다”
5명중 2명만 집유·벌금 선고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 때 다룬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원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간첩조작 사건 등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민변 소속 변호사들을 망신주기 위해 시효가 지난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는 17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변 소속 김형태·이인람 변호사에게 면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뒤 변호사로 복귀해 2007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과 수임 약정을 맺은 것은 공무원 신분 때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해 7월 기소했다. 수임 약정을 체결한 날로부터 무려 8년4개월이 지난 뒤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시효는 수임을 체결한 때부터 계산해야 한다. 공소시효 3년이 만료된 뒤 공소가 제기돼 면소 판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인람 변호사에 대해서도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김준곤 변호사에 대해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활동하다 변호사로 복귀해 수임한 15건 중 13건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비밀을 이용해 수임계약을 체결해서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과거사위 출신인 이명춘 변호사에게는 벌금 500만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출신인 강석민 변호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에 대해서도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고통받은 유족을 도와주려고 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4년 1월 민변 소속의 장경욱 변호사 등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사실을 밝혀낸 뒤, 같은해 10월 장 변호사 등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을 피고인에게 묵비권 행사를 요구했다는 등의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하는 한편 이들의 과거사 사건 수임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표적·보복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조항을 과거사위에 참여한 변호사들에게 적용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 쪽은 이날 선고 직후 “의문사위에 재직하는 동안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거나 직무상 취급한 사실이 없다고 수사 초기부터 검찰에 밝혔다. 오늘 판결은 김 변호사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를 수임계약 시점으로 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수임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까지 포함하는 것이 상식적인 공소시효 계산이다.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영지 정환봉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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