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진술거부권 행사한 게 왜 구속사유인가” 기각
경찰과 검찰이 ‘묵비권을 행사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집회 참가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사실이 드러났다. ‘진술거부권’은 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권리다. 기본도 안 된 검경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해 밧줄로 경찰버스를 끌어냈다는 등의 혐의(공용물손상과 해산명령불응 등)로 대학생 권아무개(19)씨에 대해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기관에서는 증거가 없으면 기소하지 못하니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자문을 받아, 권씨가 조사에 계속 묵비하는 태도로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집회 때 착용한 복장과 신발 등이 동일한 것으로 발견됐음에도 계속 묵비를 하고 있는 등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권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권씨를 수사한 남양주경찰서 역시 같은 이유로 권씨를 구속해야 한다고 검찰에 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고 19살로 소년인 권씨를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이런 청구를 기각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피의자의 권리라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권씨의 국선변호인으로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 당시 재판장도 ‘형사소송법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게 왜 구속 사유인가’라고 수사관들한테 힐난하듯 물었다”며 “‘민변’이 ‘민간 변호사’를 뜻하는 것으로 아는 대학 신입생이자 단순 집회 참가자에 불과한 권씨에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수사기관의 행태에 놀랐다”고 비판했다.
의정부지검 관계자는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지적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내용이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남양주서 관계자는 “진행중인 사건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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