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고용안정 해법
전남대학교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4일 교내 청소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으로 전환키로 합의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 일반노조와 한국노총 전남대 용역노조, 대학본부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꾸준히 대화를 나눈 결실이었다. 이날 협약에 따라 전남대 광주캠퍼스 140명, 여수캠퍼스 40명 등 총 180명의 용역 노동자들은 올 봄부터 대학의 직접 고용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지난해 고용안정 등을 주장하며 쟁위행위까지 들어섰던 노조 쪽도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전남대 180명 직접고용 합의
한성대도 올들어 10명 전환 서울소재 대학은 직접고용 5곳뿐
노동연 보고서 “새 고용모델 필요”
대학이 자회사 설립해 고용한
‘경희대 모델’ 등 대안 제시도 한성대학교도 지난 1월1일부로 고용 전환 의사를 밝힌 용역 청소 노동자 10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긴 정년(70살) 탓에 용역업체에 남겠다고 밝힌 22명의 청소 노동자의 고용은 유지하되, 이후 정년을 맞아 결원이 나면 그 자리도 직접 고용으로 충원키로 했다. 한성대 청소 용역 노동자 직접고용을 교섭했던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용역업체에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노동조건 처우개선으로 일반관리비가 향상된 측면이 있었다. 대학으로서도 직접 고용을 통해 노동자들한테 고용안정성을 부여하고, 대신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째 각 대학 캠퍼스마다 집회와 파업 등 진통이 불거지던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에 대한 해법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청소 노동의 외주·용역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용역업체와의 임금교섭·고용승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돼 왔다. 올해 들어 들려온 한성대·전남대의 직접 고용 전환은, 늦었지만 단비 같은 소식들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민간 씽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임주환 객원연구위원(변호사)이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대학 청소용역직 노사관계 실태와 쟁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소재 38개 주요 대학 가운데 청소 노동자를 대학이 직접 고용한 곳은 서울시립대·가톨릭대·삼육대·서경대·서울기독대 등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 등 17개 대학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을 하고 있었고, 건국대·세종대·한양대 등 14곳은 직·간접 고용이 섞여 있었는데 간접 고용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는 청소 용역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새로운 고용모델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가입률은 2~3.8% 수준에 불과해 노조를 통한 고용형태 변화와 처우개선은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고용안정성과 노동조건 등에서 일반 용역업체보다 우수한 사회적 기업을 청소 용역업체로 선정한 성공회대·장신대 등과, 대학이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 용역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희 모델’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희대는 앞서 지난해 10월 대학이 지분 100%를 소유하는 자회사를 세워 264명에 이르는 청소 용역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협약을 희망제작소 등과 맺은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각 대학이 고집하고 있는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의 비용절감 효과 자체도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민주노총 일반노협 대학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전국 국공립 대학 청소 용역의 1인 원가(기본급·연차수당·상여금·퇴직충당금) 현황을 보면, 전북대 237만원·강원대 240만원·한국교원대 237만원·경상대 202만원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직접 고용에 합의한 전남대 청소 노동자의 1인 원가(180여만원)보다 적은 곳은 조사 대상 17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158만원)·진주교대(139만원)·목포대(149만원)·안동대(177만원) 등 4곳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광주일반노조 최기호 조직부장은 “실제 자료를 보면 청소 외주·용역화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며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비정규직 용역 노동자의 처우개선이라는 공공성을 감안할 때 각 대학은 적극적으로 용역 노동자 직접 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성대도 올들어 10명 전환 서울소재 대학은 직접고용 5곳뿐
노동연 보고서 “새 고용모델 필요”
대학이 자회사 설립해 고용한
‘경희대 모델’ 등 대안 제시도 한성대학교도 지난 1월1일부로 고용 전환 의사를 밝힌 용역 청소 노동자 10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긴 정년(70살) 탓에 용역업체에 남겠다고 밝힌 22명의 청소 노동자의 고용은 유지하되, 이후 정년을 맞아 결원이 나면 그 자리도 직접 고용으로 충원키로 했다. 한성대 청소 용역 노동자 직접고용을 교섭했던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용역업체에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노동조건 처우개선으로 일반관리비가 향상된 측면이 있었다. 대학으로서도 직접 고용을 통해 노동자들한테 고용안정성을 부여하고, 대신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청소·경비 근로자 총파업 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주먹을 쥔 채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고려대, 고려대 안암병원, 경희대, 연세대, 연세재단빌딩,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카이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광운대, 인덕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등 14곳 사업장이 파업에 동참했다. 2011년 집단 교섭이 시작된 이후 사업장별 노조가 동시에 총파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3.3 연합뉴스.
청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된 부산 신라대 청소미화원 11명이 사범대 옥상에서 대학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5일째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14.03.0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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