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내 문자나 통화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가요.’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막강한 권한으로 전 국민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이 ‘테러가 의심된다’고 판단만 하면, 통신 내역은 물론 출입국 정보, 금융거래 내역, 질병·전과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도 모두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석한 대학생 엄재희(27)씨는 “평소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 사회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소식이 전해진 뒤 단톡방에선 ‘우리도 테러위험인물로 찍힐 수 있는 거 아니냐’ ‘이 대화도 감시당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왔다”며 “사실상 국민을 감시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한창윤(41)씨는 “국정원이 설마 나처럼 별 볼일 없는 사람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겠나 싶지만, 독재정권 때 ‘막걸리 보안법’처럼 엉뚱한 일로 감시나 처벌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공연히 무서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ro**********)는 “테러방지법 통과되면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를 수월하게 수집해서 무슨 사고가 날 때마다 연예인 기사로 여론 물타기를 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나눔문화는 “나의 안방과 회사, 관계와 행동, 생각과 마음까지, 언제든 어디서든 ‘일상의 문’을 따고 들어가는 ‘열쇠’를 누군가의 손에 쥐여주게 되는 것”이라며 “개개인의 일상에 침투하는 힘은 개개인을 침묵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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