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복용에 따른 지능 저하 ‘문제 없어’
‘동네 병원’ 에서도 정신 건강 진단 받을 수 있게 돼
민간보험 가입 차별 문제점 해소 방침
본인부담금 낮추는 등 ‘수가체계 개편’ 내용도 포함
‘동네 병원’ 에서도 정신 건강 진단 받을 수 있게 돼
민간보험 가입 차별 문제점 해소 방침
본인부담금 낮추는 등 ‘수가체계 개편’ 내용도 포함
정부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확정했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내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병의원이 아닌 동네 내과 등에서도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치료 때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등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8조3천억원에 이르는데도, 국민들의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그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진단에서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2011년 기준)를 보면,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이들의 15% 정도만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내 정신건강의 현 주소와 정신질환에 대한 몇 가지 오해, 25일 발표된 관련 대책의 세부내용 등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Q) 정신건강 실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A)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8년 5조9천억원에서 2012년 8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우울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고, 외래치료가 필요한 4대 중독자도 약 294만명에 달한다.(2011년 기준) 하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대처는 적극적이지 않아왔다. 국내에서 정신건강 문제 발생 때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5%에 그치는데, 미국(39.2%)이나 호주(34.9%), 뉴질랜드(38.9%) 등에 견주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또 최초 진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84주로, 미국(52주)이나 영국(30주) 등에 비해 늦다.
Q) 정신과 약을 먹으면 지능이 떨어지거나 중독된다?
A) 항우울제나 항정신병 약물, 기분안정제 등 정신과 약을 먹으면 약간 졸리거나 머리가 맑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약물 복용으로 지능이 떨어지거나 신경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현병(정신분열증)의 경우, 생각과 감정, 행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데 치료를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 대부분 정신과 약물은 중독성이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Q)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으면 취업 등에서 걸림돌이 된다?
A)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질환 진료 기록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의료기관에 보관하도록 돼 있으나, 본인 동의나 법에 명시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외부에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 회사에서 이런 기록을 임의로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건강보험공단에서 보관하는 진료기록도 본인이나 대리인만 확인이 가능하다.
Q) 정신질환 치료를 받으면, 민간보험 가입이 안 된다?
A) 큰 수술을 받은 환자 등의 보험 가입이 제한될 수 있는 것처럼, 정신과 치료 경험도 보험 가입의 제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중증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어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보험사들이 가입 제한의 근거로 드는 법조항은 ‘심신 미약자와 심신 빈약자의 생명보험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상법 732조다. 이 조항은 원래 지적장애인 등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정신과 진단을 받은 이들의 보험 가입 차별 근거로 쓰이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에 ‘정신질환 차별개선 티에프(TF)’를 구성해, 민간보험의 가입 차별이나 국가공무원 등 임용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에프(F) 코드’(정신질환 질병코드)의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최근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보장범위를 우울증과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확대한 바 있다.
Q) 우울증은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다?
A)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뇌 질환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우울증과 연관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따라서 의지가 약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혈압이 높아지는 고혈압처럼 기분이 우울해지는 질병이 생긴 상태다.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고 저절로 치료되는게 아니라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Q) 정신질환 치료 비용은 얼마나 드나?
A) 지난해 기준으로, 건강보험 가입자가 우울증으로 첫 진료를 받을 때 대략 한달 진료비용은 15만원 정도이며, 이 중 본인부담이 약 6~8만원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2017년부터 개선해, 본인부담을 현행 30~60%에서 20%로 낮출 계획이다. 또 약물처방 위주에서 벗어나 심층 상담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상담료 수가를 현실화하기로 했다.
Q) 정신질환 치료 문턱은 언제부터, 어떻게 낮아지나?
A) 전국 224곳 정신건강증진센터에 가면 현재도 정신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1주일에 8시간 정도로 제한적으로만 운영돼 왔다. 2017년부터는 지역별로 단계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17개 광역시도부터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2017년부터는 동네 의원을 찾더라도, 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수면제를 오랜 기간 처방 받았거나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복통 등을 호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지 진단하겠다는 뜻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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