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통합전자보안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경비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경비원 44명과 아파트 주민, 노동단체로 구성된 ‘강서구 A 아파트 경비원 44명 전원해고 대책위원회‘는 25일 서울 강서구 A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사진은 경비원들이 삭발식을 하는 모습. 2015.2.25. 연합뉴스
주민들이 “해고 말라” 소송 불구
입주자대표모임, 해고 문자 날려
경비원들 “이럴순 없다” 설움의 삭발식
입주자대표모임, 해고 문자 날려
경비원들 “이럴순 없다” 설움의 삭발식
“잘 깎아야돼”, “걱정마.”
진눈깨비가 내린 25일 낮, 서울 강서구 가양동 ㄷ아파트 정문 앞에서 ‘삭발식’이 열렸다. 이 아파트에서 몇 년째 경비원으로 일해온 두 사람이 ‘더불어 사는 우리 마을 경비원의 해고를 반대합니다’라고 적힌 흰색 보자기를 두르고 반백의 머리카락을 동료에게 내맡겼다. 주민 몇 사람이 정문에 나와 그 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봤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자모임은 전날 신규 용역경비업체를 통해 이 아파트 경비원 44명 중 35명에게 ‘해고통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귀하께서는 3월부터 당사와 같이 경비근무를 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가내 화평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두 문장짜리 문자 메시지로 7년 간 몸담아온 일터에서 내몰리게 된 경비원 ㄷ(71)씨는 “해고하면서 ‘가내 화평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자대표모임의 일방적 해고 통보 소식에 아파트 주민들과 노동단체 활동가들도 발벗고 나섰다. 아파트 주민, 노동단체 활동가, 경비원 44명이 소속된 ‘강서구 ㄷ아파트 경비원 44명 전원해고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를 철회하고 자동 고용승계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소속 김승현 노무사는 “정식 입찰절차를 밟지 않은 신규 경비업체가 경비원 44명 중 5~7명만 남기고 35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며 “(부당한 해고에 맞서기 위해) 당분간 출근을 강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아파트 입주민 민아무개(70)씨는 “낙엽 쓸기나 눈 치우기 같은 일은 무인경비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잔디 가꾸기도 외부에 맡기게 되면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그간 경비원들은 기계가 해줄 수 없는 많은 일을 해왔는데, 조금 더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수년간 동고동락해온 44명의 일자리를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660가구 중 150여가구로 이뤄진 ‘ㄷ아파트 주민모임’은 지난 15일 “대표회의의 통합보안시스템 설치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입주자대표회의와 회장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바로가기)한 바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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