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400여㎞를 걸어온 도보순례단 200여명이 27일 오전 백씨의 모교인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 도착했다. 백씨가 농사를 지었던 전남 보성에서 지난 11일 출발한 지 17일째 만이다. 박태우 기자
순례단 200여명, 400여km 걸어 백씨 모교 중앙대에 도착
16박17일 일정 최종 종착지 ‘서울광장’으로 1시께 출발
16박17일 일정 최종 종착지 ‘서울광장’으로 1시께 출발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400여㎞를 걸어온 도보순례단 200여명이 27일 오전 백씨의 모교인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 도착했다. 백씨가 농사를 지었던 전남 보성에서 지난 11일 출발한 지 17일째 만이다.
‘생명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도보순례단’은 지난 25일 경기 안산에 도착해 이튿날부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길을 걸어 이날 오전 과천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던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이틀 동안 함께 걸었다. 도라지씨는 “시민들 중에는 아버지의 일을 모르는 분들도 꽤 됐지만, 아버지의 일을 알리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도라지씨는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걸으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자 처벌 등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유족들에 대한 비난여론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잔인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인원 4000명이 도보순례에 참가했지만 1000리(400여㎞)나 되는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걸은 이는 드물다. 이 가운데는 81살의 백발 노인도 있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안산~진도 팽목항 도보순례에도 참가했다는 최종대(81)씨는 “소외된 사람들 보듬고 살려야 하는 것이 정부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선거 때 했던 약속을 어기고 이에 항의하는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쐈다”며 “아무데도 의사표현할 곳이 없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는데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대에는 백씨의 대학 5년 후배도 나와 백씨의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들려줬다. 중앙대 73학번이라는 안아무개씨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부총학생회장이었던 백 선배님은 ‘유신잔당 장례식을 하겠다’며 흑석동에 있는 모든 목공소를 뒤져 상여를 만들어 올 정도로 열성이었다”며 “계엄포고령이 내려진 그해 5월17일 다른 학교 학생들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백 선배님에게 몸을 피하자고 말했지만 백 선배는 받아들이지 않고 체포돼 이듬해까지 옥살이를 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30여년이 지났지만 그때 시절과 지금이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순례단은 장기투쟁사업장이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등에서 식사를 제공했던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 준비한 ‘한방 갈비탕’을 든든하게 먹고 16박17일 일정의 최종 종착지인 서울광장으로 오후 1시께 출발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기억하라! 분노하라! 심판하라! 4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합류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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