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테러방지법과 사드배치, 노동개악 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취임 3년 맞은 박 대통령 실정에 대한 비판 쏟아져
야당도 겨냥 “정부 폭주에도 제대로 싸우는 야당 없어”
야당도 겨냥 “정부 폭주에도 제대로 싸우는 야당 없어”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주최 쪽 추산 2만여명(경찰 추산 1만3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4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취임 3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노동·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대회사를 통해 “박근혜 정권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불법 정부지침을 통해 일반해고를 강행하고, 쌀값 폭락에도 불구하고 밥쌀 수입을 강행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민족적 자존심을 단돈 100억원에 팔아 먹고, 개성공단을 폐쇄하는가 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강행해 중국의 보복에 이땅 민중을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투쟁본부는 또 “2016년을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끝장내기 위한 민중총궐기의 해로 만들겠다”며 “분노한 민중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야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투쟁본부는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반민생 폭주가 계속돼고 있음에도 제대로 싸우는 야당이 없다”며 “야당의 선대위원장은 ‘개성공단 폐쇄를 찬성한다’는 망발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테러방지법이 강행되고 있음에도 ‘중재안’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 야당의 참담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한발자국도 진전되지 않고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정권이 아무리 강한 권력으로 짓누른다고 해도 엄마·아빠의 힘보다는 강할 수 없다고 믿는다”며 “아무리 어린 아이의 인권이라도 완벽하게 보장받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식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서 위안부 동원 사실이 삭제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법에 따라 통치했다’고 기술하고 있다”며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3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하는 게 없고 국민 뜻과 반대로 가고 있는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노동개악 반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테러방지법 철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차별금지법 제정 △사드 배치 철회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기간 보장 △설악산 케이블카 중단 △의료민영화 중단 등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30분께 본집회를 마친 뒤, ‘생명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도보순례단’을 선두로 서울광장을 출발해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종각~종로~대학로를 거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근처 대학로까지 행진을 벌였다.
저녁 7시께 열린 정리집회에서는 백남기씨의 딸 백도라지씨도 발언자로 나섰다. 지난 26일과 이날 도보순례에 참가했던 백씨는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김제남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니 외국에서 테러방지법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테러·테러리스트에 대한 정의가 어려운 탓이라고 하더라”며 “나는 비무장 시민인 아버지를 공격한 정부와 경찰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의 딸이자 노동자로서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마음을 모아서 함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회는 저녁 7시40분께 마무리됐다. 행진 도중 경찰이 종로5가 4거리에서 “교통 소통을 시키겠다”는 이유로 행진 대열을 차단했다가 “허가된 행진을 보장하라”고 항의하는 집회 참가자들과 한때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서울 혜화경찰서장이 참가자 쪽에 사과한 뒤 행진이 재개됐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제4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노래패가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테러방지법과 사드배치, 노동개악 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제4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백남기 농민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이 있는 대학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2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제4차 민중총궐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대학로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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