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말 바꾸는 ‘입’ 기록…‘헬조선 정치실록’ 만듭니다

등록 2016-03-01 19:36수정 2016-03-01 20:53

청년들이 만드는 ‘현대판 실록’

서강대학생 김근우·문상덕씨
정치인들 과거 발언 모아 정리
4·13 총선전 누리집 공개하기로

“자기가 한 말 뒤집지 못하게”
정치인엔 경고, 유권자엔 정보
정치인들의 발언을 시간대별로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한 ‘헬조선 정치실록’을 만들고 있는 김근우·문상덕씨. 김근우·문상덕씨 제공
정치인들의 발언을 시간대별로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한 ‘헬조선 정치실록’을 만들고 있는 김근우·문상덕씨. 김근우·문상덕씨 제공
‘정치인들이 자기가 한 발언에 대해 책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월, 대학생 김근우(24·서강대 경영학)·문상덕(25·서강대 사회학)씨는 유불리에 따라 시시때때로 말을 바꾸며 사회 현실을 왜곡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이런 고민에 빠졌다. 초 단위로 바뀌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속에 가려져 정치인의 중요한 약속이나 발언이 의미를 갖지 못한 채 휘발되는 모습에 답답증을 느낀 두 사람이 현대판 ‘사관’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장관 등 주요 정치인들이 그간 해온 발언을 시간대별로 모아 ‘말’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헬조선 정치실록’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인의 일관성·책임성을 따져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저처럼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인의 ‘말’을 토대로 그 사람을 판단하잖아요. 시민들이 (정치인의 발언을 정리한) 타임라인을 훑어보면서 그 사람의 신념과 태도를 유추해 자신을 대리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씨는 헬조선 정치실록을 만들기로 한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이들이 첫 작업 대상으로 삼은 건 박근혜 대통령이다. 국무회의록과 수석비서관회의 회의록, ‘청와대티브이(TV)’ 영상, 포털사이트의 뉴스라이브러리 서비스에 올라와 있는 언론보도 등을 뒤져, 박 대통령이 어머니가 숨진 뒤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 시작한 1975년부터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의 발언까지 그러모았다. 문씨는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당시 야당) 대표 시절 국가보안법 관련 발언을 살펴보면, 보안법 문제에 대해 상대 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필리버스터까지 하고 있음에도 협상은커녕 불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지 않나. 처한 입장에 따라 행동이 다른 건 모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입장이 다른 건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해 말 장로교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는 지지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씨는 “상황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 신념이 실종됐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만큼 커진 건 “실록을 통해 정치인들이 말을 뒤집지 못하게 ‘압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4·13 총선이 다가오는 3월 말 헬조선 정치실록 누리집을 공개하고, 내년 대선까지 편찬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치인에겐 ‘경고’를 보내고, 유권자에겐 ‘정보’를 주겠다는 차원이다.

김근우씨가 디자인한 헬조선 정치실록 누리집의 메인 페이지.
김근우씨가 디자인한 헬조선 정치실록 누리집의 메인 페이지.
그저 널려 있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록 편찬 작업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들은 조만간 공개될 사이트에 ‘제보’ 난을 마련할 예정이다. 누구든지 참여해 정치인의 잘못된 발언을 기록하자는 의미에서다. 김씨는 “참여를 통해 나 같은 ‘정알못’(정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유행어)들도 실록을 함께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