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학부모 10여명이 지난 2015년 10월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엄마표 주먹밥’을 나눠줬다. 방준호 기자
‘급식비리’ 세상에 알린 교사,
최근 입학식 뒤 담임 업무서 제외
교장 “그분은 자문만…제 불찰” 해명
교사들 “재단이 보복성 인사” 반발
최근 입학식 뒤 담임 업무서 제외
교장 “그분은 자문만…제 불찰” 해명
교사들 “재단이 보복성 인사” 반발
서울 은평구 충암고에서 지난해 ‘급식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 교사를 최근 1학기 입학식 직후 담임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사의 ‘담임 배제’를 지시한 사람이 비리로 쫓겨난 전 이사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도 경위 파악에 나섰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충암고는 지난해 교감이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한테 “밥 먹지 마라” 등 막말을 한 데 이어, 교육청 감사에서 교장 등이 급식비를 빼돌린 급식비리까지 적발돼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복수의 충암고 교사들은 4일 <한겨레>에 “지난해 급식비리를 알렸던 ㄱ교사가 올해 1학년 담임 배정을 받고 2일 입학식도 치렀으나, 입학식 직후 기간제 교사로 교체됐다”며 “입학식에 참석했던 전 이사장이 신입생 담임으로 소개되는 ㄱ교사를 본 뒤, 입학식 직후 교장·교감을 불러 노발대발하면서 담임 교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ㄱ교사를 교체한 게 맞다”면서도 “(학사업무는) 제가 다 하는데 그분(전 이사장) 자문은 받는다. 저의 불찰이고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ㄱ교사는 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 쪽에 충암고의 급식비리 의혹을 제보했고, 교육청 감사에서 당시 교장(현재 충암중 교장)과 행정실 관계자 등이 식재료를 빼돌리거나 배송인력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급식비 4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현재 검찰 수사 중이다.
동료 ㄴ씨는 “ㄱ교사는 교육청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된 급식비리를 제보한 공익제보자인데 재단 쪽이 명백한 보복성 인사를 한 것”이라며 “비리로 쫓겨난 전 이사장이 이렇게 불법적으로 학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ㄱ교사의 담임 퇴출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이사장은 2000년 5월 충암고 교장에게 조카의 병역 면제를 부탁했다가 제3자 뇌물교부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9년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난방시설 공사비 가운데 3억5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아 이사장직을 박탈당했다. 2008년 학교에 복귀했으나, 2011년 서울시교육청 종합감사에서 또다시 공사비 횡령과 회계 부정 등이 적발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법인 사무국장 자격으로 학교를 드나들고 있다.
동료 교사들은 특히 ㄱ교사가 학생·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입학식까지 치른 상태에서 담임 교체가 이뤄졌다는 데 분노했다. 전 이사장의 사사로운 보복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게 됐다는 지적이다. ㄱ교사는 <한겨레>의 취재 요청에 “학생들한테도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담임을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하고 나왔다”며 말을 아꼈다. ㄱ교사는 지난해 참여연대로부터 ‘올해의 의인상’을 받을 때도,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수상했다. ㄷ교사는 “ㄱ선생님이 담임 교체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학교 쪽에서 ‘학생들한테는 개인 사정상 그만둔다고 얘기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안타까운 사정을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쪽에 확인해보니 ㄱ교사 본인이 자진사퇴한 거라고 설명하는데,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하면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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