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에 황사주의보가, 서울과 경기 서부·남부, 충남에 미세먼지주의보가 각각 내려진 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전광판에 미세먼지주의보 발령 경고가 나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일 올해 첫 황사가 찾아왔습니다. 기상청은 올해 황사일수가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평년은 1980~2010년 30년 평균을 말합니다. 황사일수는 전국 13개 목측 관측지점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짜 수를 전체 지점 수로 나눈 평균값입니다. 평년값은 5.4일입니다. 최근 10년 평균은 7.5일입니다. 지난해에는 9.0일, 2014년에는 7.7일이니 갈수록 황사가 심해진다는 얘기입니다. 기상청은 왜 올해 황사일수를 작게 잡았을까요? 황사가 많이 발생하려면 황사 발원지가 고온건조해야 하는데 올해 고비사막은 건조하지만 기온이 낮게 유지되고, 내몽골은 고온이지만 습윤한 상태라서랍니다.
황사에 유해 중금속 섞일 가능성
기상청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어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5일 밤 서해 5도를 시작으로 6일에는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짙은 황사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있겠고, 다음주 초까지 옅은 황사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실제로 6일 오전 서울과 경기도 등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한때 하늘이 뿌옇게 변했습니다. 기상청은 6일 새벽 1시30분에 백령도 등 서해 5도에 황사주의보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는 이날 오전 9시 김포 등 6개 시·군에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서울시도 오전 11시에 미세먼지주의보를 발표했다가 2시간 뒤 해제했습니다. 기상청과 지방자치단체는 황사·미세먼지 주의보를 각각 발령하면서 모두 미세먼지(PM10) 농도를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같은 먼지인데 왜 예보와 주의보를 다른 기관이 따로 발표할까요?
같은 먼지라도 생겨난 원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이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서이기도 하지요. 황사는 중국 몽골사막 등 발원지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모래가 공중에 떠올라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겁니다. 큰 바위가 깨지고 깨져서 만들어진 셈입니다. 반면 미세먼지는 대부분 아주 작은 대기오염물질이 뭉쳐 생성됩니다. 황사가 ‘톱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미세먼지는 ‘보텀업’ 방식으로 발생하는 것이지요.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 등 우려
기상청은 중국 황사 발원지에 설치한 15개 관측시설로 황사 발원 여부를 관찰하여 기상 상황을 고려해 황사 예보를 하고, 실제 황사가 왔는지 전국 22개 기상관서에서 맨눈으로 관측을 합니다. 황사는 모래 알갱이여서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국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일부 유해 중금속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어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상청에서 황사 특보를 발령하고 있습니다.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 400㎍/㎥(80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의보(경보)를 내립니다.
반면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물질이어서 환경부가 관리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대기질통합예보센터)이 하루 4번에 걸쳐 ‘미세먼지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부터는 오존 농도에 대한 예보도 포함해 ‘대기질 예보’로 바뀝니다. 하지만 미세먼지주의보는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발령합니다. 해당 지역에 설치된 대기자동측정기기에서 관측된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됐을 때 발표됩니다.
건강 위해선 ‘보건용마스크’ 착용
기상청은 황사주의보를 사전에, 지자체는 미세먼지주의보를 사후에 발령하는 모양새입니다. 황사 예보는 옅든지 짙든지 황사가 올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이고, 황사주의보는 황사가 실제로 심해질 것 같으니 외출 자제 등 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에는 이미 어떻게 행동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가령 미세먼지 예보 단계가 ‘나쁨’이나 ‘매우 나쁨’이면 장시간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미세먼지주의보(경보)는 시민에게 알리는 정보이기도 하지만 야외체육시설 제한, 실외수업 중단, 자동차 운행 감축 등 행정기관이 통제활동을 시작하는 기준입니다.
PM10은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인 먼지를 가리킵니다. 황사는 대부분 이보다는 큽니다. 황사 크기가 작아서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멀리까지 날아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는 큰 것이 PM10 정도입니다. PM2.5 미만의 미세먼지는 폐 속 깊이 침투해 폐포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황사마스크’와 ‘방역용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로 통일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황사든지 미세먼지든지 작은 먼지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