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물어본 한국 ‘테러방지법’
‘프 난민신청’ 이예다씨와 유학생 2명
현지 인터뷰 영상 페이스북에 공개
“파리에서조차 비상사태 연장 반성
한국, 반면교사 삼기를” 후기 밝혀
‘프 난민신청’ 이예다씨와 유학생 2명
현지 인터뷰 영상 페이스북에 공개
“파리에서조차 비상사태 연장 반성
한국, 반면교사 삼기를” 후기 밝혀
“프랑스에서는 ‘테러’가 있었지만 한국은 아무 일도 없잖아. 그들이 왜 그걸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로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안드레이씨는 “한국의 테러방지법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그는 테러방지법이 도입된 지구 건너편 한국에서 펼쳐질 풍경을 어렵지 않게 그려냈다. “한국에 시위가 일어나면 정부는 경찰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면서 집회를 관리하려 하겠지. 프랑스에서처럼 (테러 관련 인물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체포·검문할 때 경찰은 더 이상 영장이 필요하지 않을 거야.”
지난해 11월 이슬람국가(IS)의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프랑스에서 최근 한국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묻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뒤 2012년부터 프랑스에 살고 있는 이예다씨와 유학생 박미리내·안인선씨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각)부터 실제 국가비상사태 아래 살아가고 있는 프랑스 시민들에게 한국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묻고 이를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인터뷰 영상은 페이스북 페이지 ‘물었다’(www.facebook.com/questionnerparis)에 공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프랑스 상황에 비춰 한국 테러방지법의 모순을 짚어보자”는 안씨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한국의 테러방지법 논의에 불을 지핀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의 ‘현재’가 “테러방지법을 도입한 한국이 곧 직면하게 될 미래”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프랑스의 국가비상사태는 오는 5월26일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동안 수사당국은 테러와 관련된 것이라면 판사가 발부한 영장 없이 가택수색과 가택연금을 할 수 있다.
‘물었다’의 인터뷰에 응한 프랑스인 법률가 브누아씨는 한국의 테러방지법이 “국가보안법과 같이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남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그는 ‘남한의 민주적 자유를 위한 국제위원회’ 회원으로 한국 사정에 밝다. 인터뷰를 한 지난달 24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장면을 지켜봤다는 그는 “그래도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야당의 동의를 받았지만 한국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의) 합의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인터뷰 영상을 오는 10일 박씨가 다니는 파리8대학에서 열리는 ‘비상사태 반대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한국 상황을 알리려고 한다. 박씨는 “실제 테러가 있었던 파리에서조차 ‘비상사태를 왜 연장하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반성이 일고 있다. 한국이 프랑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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