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폭행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달 868명 입건·61명 구속
절반 20~30대…재범률 76%
폭행·감금·성폭행 등 복합적
상대 전과조회 ‘클레어법’ 추진
한달 868명 입건·61명 구속
절반 20~30대…재범률 76%
폭행·감금·성폭행 등 복합적
상대 전과조회 ‘클레어법’ 추진
‘전화해달라’는 애원은 이윽고 ‘어떻게 하는지 보자. 오늘 너 때문에 교도소 가마. 우습게 봤지’라는 협박으로 바뀌었다. 김아무개(35)씨는 헤어짐을 고한 여자친구를 향해 지난 1월 100여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수시로 전화를 걸었다. 괴롭힘은 문자와 전화로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여자친구의 직장에 찾아가 문신이 새겨진 몸을 보이며 위협하기까지 했다. 제주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17일 김씨를 협박·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청은 지난 2일까지 한 달 동안 ‘연인 간 폭력 집중신고기간’(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결과, 1279건의 신고를 받고 이 가운데 868명의 가해자를 붙잡아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61명이 협박, 감금,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연인 간 폭력은 연인 사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대한 위협을 느낄 정도가 아니면 사건 초기 신고율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집중신고기간에 신고된 가해자의 58.3%는 20·30대였고, 40·50대가 35.6%로 뒤를 이었다. 연인 간 폭력 유형은 폭행·상해가 61.9%로 가장 많았고, 감금·협박(17.4%), 성폭력(5.4%) 등이었다. 살인과 살인미수도 1건씩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인 간 폭력은 대부분 폭행과 감금·협박, 성폭행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이아무개(54)씨는 지난 1월 외출하려던 여자친구가 “나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금한 뒤, 칼로 위협하며 동의 없이 찍은 여자친구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박아무개(45)씨는 지난달 “헤어지자”는 피해자의 집 방범창을 절단하고 들어가 식칼로 위협해 성폭행한 뒤 번개탄을 피워 살해하려 한 혐의(강간 등)로 구속됐다. 자동차에 억지로 피해자를 태운 뒤 폭행하다 차 밖으로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전치 7주의 상해를 입혀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살인으로 이어진 사례도 발생했다. 전남 화순경찰서는 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려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 등)로 지난달 김아무개(18)군을 구속했다.
법무부 등의 통계를 보면 연인 간 폭력 범죄자의 평균 재범률은 76.5%(2005~2014년)에 이른다. 이에 경찰은 데이트 상대방에 대한 폭력범죄 전과를 조회해볼 수 있는 한국판 ‘클레어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참아준다’ ‘내 잘못도 있다’는 식의 데이트폭력 상담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연인 간 폭행은 한 차례라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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