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교비를 유용한 혐의로 서울의 유명 외국인학교 법인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학교 건물 공사 대출금 중 72억원을 교비로 갚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법법의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영국 덜위치칼리지 서울분교를 운영하는 홍콩법인 이사 이아무개(48)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영국 런던에 본교를 둔 덜위치칼리지는 1619년 설립됐으며 남극 탐험가인 어네스트 새클턴, 아난드 판아라춘 전 태국 수상 등을 배출한 명문 사립학교다. 덜위치칼리지는 케이만군도의 영리법인인 덜위치칼리지 매니지먼트 인터내셔널 리미티드(DCMI)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2003년부터 중국 베이징 등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리법인이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디씨엠아이는 홍콩에 비영리법인인 덜위치칼리지 서울 리미티드를 세운 뒤 이를 통해 2010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덜위치칼리지 서울분교를 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 학교는 학교 건물 공사를 위해 은행권에서 1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이 중 72억원을 학생들의 수업료와 기타 납부금인 교비로 상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은 홍콩법인 운영자금 2억5000만원을 교비로 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립학교법에는 교비회계와 일반회계를 엄격하게 분리해 학생들의 수업료 등을 교육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검찰은 이 학교 법인 이사들이 덜위치칼리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홍콩법인이 디씨엠아이를 거쳐 덜위치칼리지 본교로 지급하는 로열티 외에도 홍콩법인이 별도로 디씨엠아이에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 등은 5년간 본교로 들어가는 로열티 외에도 5년간 학비의 6% 수준인 36억원을 프랜차이즈 비용으로 디씨엠아이에 주기로 했는데, 이같은 계약이 불필요한 이중계약이라고 본 것이다. 이 돈은 이후 학교 운영이 안정화될 때 지급하기로 해 아직 해외로 송금된 상태는 아니다. 이밖에도 이씨 등은 서초구청이 공영주차장 건설 명목으로 지급한 건축 지원금 중 1억6000만원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학교 설립 준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덜위치칼리지 서울분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이나 3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내국인 자녀에게 입학 자격을 주고 있다. 총 정원은 700명이며 내국인 자녀는 정원의 25%까지 입학이 허용된다. 연간 학비는 3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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