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책 발간
살인혐의 적용 가능한 중요 근거
TRS 녹취록은 변조·누락 드러나
해경이 ‘선원 구조’ 숨기려 한듯
지휘부 책임 떠넘기기도 여실
특조위·유가족 “특검 꼭 해야”
살인혐의 적용 가능한 중요 근거
TRS 녹취록은 변조·누락 드러나
해경이 ‘선원 구조’ 숨기려 한듯
지휘부 책임 떠넘기기도 여실
특조위·유가족 “특검 꼭 해야”
세월호 선원들이 자신들이 먼저 살기 위해 배와 승객을 버렸음을 추정할 수 있는 세월호의 마지막 교신 기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또 해양경찰이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티아르에스) 녹취록을 위·변조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해경이 구조 과정의 책임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 변호사 등이 참여한 재단법인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하 진실의 힘)은 지난 10개월 동안 검찰의 수사, 재판, 감사 기록을 분석한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발간하고 9일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은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특별검사를 임명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선원들 “경비정으론 사람 다 못 구한다”
진실의 힘은 이 책에서 참사 당시 세월호 갑판부 선원들이 탈출하기 직전인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40분께 조타실에서 제주운항관리실과 나눈 마지막 교신 내용을 공개했다. 교신 기록에는 1등 항해사 신정훈씨가 “지금 승객이 450명이라서 지금 경비정(해경 123정) 이거 한 척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추가적으로 구조를 하러 와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교신 이후 선원들이 구조에 나선 해경 123정을 타고 탈출한 탓에 “선체는 기울지 않고 있냐”는 운항관리실의 질문에는 아무도 답변하지 않았다.
신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만약 승객들과 선원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든다면 구명조끼를 못 입은 선원들 중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그간 나온 검찰·감사원·국회 기록 어디에서도 이런 교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진실의 힘은 이 교신 기록을 근거로 “승객에게 퇴선명령을 하면 선원들의 탈출 순서가 뒤로 밀리는데, 경비정이 소형이라서 자신들에겐 구조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승객을 구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선장뿐만 아니라 선원들에게도 도주한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있는 증거가 새로 드러난 것”이라고 썼다. 세월호 선원 가운데 살인죄를 적용받은 이들은 이준석 선장과 박기호 기관장 둘뿐이다. 신씨는 유기치사상·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 ‘핵심 증거’ 주파수공용무선통신도 조작
진실의 힘은 수사·재판 단계에서 해경의 책임을 묻는 데 핵심 증거로 사용된 티아르에스 녹취록이 변조되거나 누락된 사실도 밝혀냈다. 티아르에스 음성파일에는 123정이 도주한 선원을 옮겨 태울 때인 오전 9시49분께 “먼저 (다른 배 쪽으로) 들어오고 나서 다시 계류해야 합니다”라고 녹음돼 있는데, 녹취록에는 ‘먼저 들어오고 나서’란 부분이 삭제돼 있다. 선원들을 데리고 나온 뒤에 123정을 다시 세월호에 대겠다는 취지인데, 진실의 힘은 123정에 탑승한 해양경찰들이 ‘구조한 승객이 선원이라는 사실을 당일 오전 11시10분께야 알았다’고 주장하기 위해 ‘먼저 들어오고 나서’라는 말을 일부러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음성파일에선 오전 11시13분 123정이 “여객선에 선원, 선원 현재 6명하고 응급환자 1명, 7명 대기 중”이라고 해경 지휘부에 보고하는 부분이 있으나 녹취록에서 “선원”이라는 단어가 없다.
■ 특검 재수사 가능할까?
해경 지휘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본청의 역할을 “정책적인 지휘나 지원, 상급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라며 “현장 지휘는 일차적으로는 서장, 상황의 중요성에 따라 (서해)지방청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은 본청이 “현장에서 총괄 지휘하여” 자신은 지휘라인이 아니라 “스태프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 당시 구조세력 가운데 기소된 이가 김경일 123정장뿐이라는 점을 들어 “검찰은 스스로 (해경 지휘부의 지휘 공백) 의혹을 제기했으면서도, (지휘부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채 해경 지휘부를 수사 및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특검을 통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지난달 19일 특검 임명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으로 구성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지난 7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특검 통과를 요청하며 단식에 들어갔고, 9일 저녁부터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10일 밤까지 ‘시민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제주운항관리실-세월호 마지막 교신 내용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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