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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학 교수가 학내 ‘성소수자 모임 현수막 훼손’

등록 2016-03-10 14:39수정 2016-03-10 14:56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소수자 모임이 게시한 홍보물 훼손 잇따라 발생
CCTV 확인 결과, 신아무개 교수 현수막 훼손 장면 포착
대학 성소수자 모임이 학내에 걸어 놓은 현수막을 대학 교수가 무단으로 훼손하고 철거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성소수자 모임이 게시한 홍보물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내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강대 ‘서강퀴어모임&서강퀴어자치연대 춤추는Q’(춤추는Q)는 지난 2월29일 밤 10시께 서강대 정문과 남문 등 총 4군데에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 서강대 떼이야르관 앞에 걸어 놓은 현수막이 군데군데 찢긴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게 발견됐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인 결과 이 학교 화학과 신아무개 교수가 이날 아침 10시께 현수막을 칼로 추정되는 날카로운 물체로 훼손한 뒤 현수막 끈을 잘라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현수막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 성소수자 범주와 함께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학우들의 새학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춤추는Q 쪽은 “신학기 축하 현수막으로 성소수자이거나 비성소수자인 학우 모두를 평등하게 응원하고 지지하는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라고 말했다. 학교 당국한테서 17일까지 게시할 수 있다는 승인도 받은 상태였다.

춤추는Q, 서강대 여성주의학회 틀깸 등 학생 자치기구는 신 교수에게 공식적인 해명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신 교수에게 사과 요구 서한을 보내면서 “칼로 현수막을 직접 훼손했다는 것, 주변 다른 현수막의 상태가 양호했다는 것 등을 봤을 때 이는 성소수자 단체를 특정해 일어난 고의적인 훼손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교육자로서 다양성의 가치를 실천해야 할 교수가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학생 자치에 대한 침범이자 같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라 비판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이 요구한 공개 사과 시한인 10일 낮 12시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도 꺼 놓은 상태다. 학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기구의 한 학생은 “신 교수가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학가에선 학내 성소수자 모임의 홍보물이 훼손되거나 무단 철거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단국대에서도 성소수자모임 아웅다웅이 지난 2월29일 학교 정문 버스정류장 등에 붙여 놓은 포스터 두 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아웅다웅은 비공개 모임으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학내 홍보를 시작했는데, 작년에는 학내에 붙여 놓은 홍보 포스터가 갈기갈기 찢긴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아웅다웅 관계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개인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지난 9일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손괴범들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수막 한 장을 찢어 대학의 성소수자들을 침묵시킬 수는 없다”며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 어울리지 않는, 반지성적인 성소수자 혐오를 멈춰라”고 주장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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