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회부문 24시팀 소속 기자 9명이 각각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 내역을 신청했다. 10일까지 박태우·방준호·이정애 기자 등 3명이 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 통지)를 받았다. 3명은 각각 지난 1년 동안 적게는 1건, 많게는 5건의 통신자료가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등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방법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자신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한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자 내사 과정에서 피내사자에게 문자를 보낸 전화번호가 나와서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장하나 의원으로 확인됐고, 장 의원은 내사 대상이 아니라서 수사에서 제외됐다”는 공식 답변을 두어 시간 만에 내놨다.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기자가 아니어도 이런 해명을 들을 수 있을까.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확인한 <한겨레> 기자 3명이 일반 ‘시민’ 자격으로 국정원·검찰·경찰에 각각 통신자료 조회 이유를 문의했다. 3명 모두 만 하루가 지나도록 그 이유를 듣지 못했다. 그 과정을 전한다.
“고객님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방준호 기자는 10일 오후 케이티(KT)의 음성안내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케이티로부터 지난해 12월2일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에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결과를 통지받은 방 기자는 앞서 이날 오전 자신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청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번호와 민원실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부서 관계자들은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부서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민원실은 무턱대고 ‘강력계’에 전화를 연결해줬다. 경찰청 누리집을 뒤져 ‘정보보호담당자’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경찰 내부 정보보호를 담당하는 업무만 한다”고 답했다. 4번의 통화에서 반복된 경찰 쪽 답변은 “통신자료 요청 부분을 담당하는 부서는 따로 없다. 어느 부서가 요청했는지 자세한 내용을 통신사에서 알아 오라”는 것이었다. 통신사 상담원은 “저희도 (자료를 요청한 기관이) 서울청이라는 것 이외에는 열람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이정애 기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지검)이 지난해 4월24일 에스케이텔레콤(SKT)에서 자신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는 걸 확인한 뒤 9일 오후 검찰에 전화를 걸었지만, 10일 오후까지 민원실→영장계→다시 민원실→통신사→또다시 민원실로 연결되는 전화 뺑뺑이만 돌고 답을 듣지 못했다. 영장계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허가서 번호’를 받아 와야 어느 검사실이 자료를 요청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선 “통신자료 제공 이력만 보관하고 있어 (허가서 번호를)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서울지검 민원실 관계자는 “어느 부서에 이걸 확인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도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태우 기자는 올해 1월7일 국정원에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통지를 받고 10일 오전 ‘국정원 111콜센터’로 전화를 했다. 상담사는 “담당부서가 연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담당부서’가 어딘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오후까지 연락이 없어 다시 콜센터로 전화를 하자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