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금광을 상속받았는데, 상속받은 금 120㎏이 홍콩에서 압류돼 비용이 필요해요. 도움을 주면 결혼하겠습니다.”
지난해 김아무개(56)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여성 ㄱ씨와 결혼을 약속했다. 자신을 미국 여군 상사라고 소개한 ㄱ씨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페이스북과 전화 통화로 친분을 쌓아 나가던 차였다. 이 여성은 “아버지에게 아프리카 가나의 금광을 상속받았는데, 상속받은 금 120㎏을 국내로 들여오다 홍콩에서 압류돼 부대 비용이 필요하다. 금을 돌려받으면 함께 나눠 갖자”며 김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결혼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김씨는 같은 해 9월부터 8차례에 걸쳐 ㄱ씨에게 9300여만원의 돈을 보냈다. 하지만 돈을 보낸 뒤에도 금을 받지 못하자 김씨는 경찰에 ㄱ씨를 신고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ㄱ씨의 실체는 ‘외국인 사기단’의 일원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1일 아프리카 가나의 금 광산 상속녀로 속여 김씨에게서 9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ㄱ씨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한 오스트레일리아인 ㄴ(32)씨와 라이베리아인 ㄷ(40)씨는 경찰에 구속됐다.
사기극에 동원된 ㄴ씨와 ㄷ씨는 김씨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가나 공무원을 사칭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한국에 입국해 “가나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홍콩에 압류돼 있던 금을 주한 가나대사관으로 옮겼다”며 김씨를 가나대사관 앞까지 데리고 가기도 했다. 경찰은 “ㄷ씨가 사기를 주도한 ㄱ씨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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