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상조회사를 차려놓고 선수금 보존 의무를 피하기 위해 회원수를 축소 신고한 뒤 회삿돈을 빼돌린 업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는 상조회사로 모집한 회원을 자신이 차린 여행사 회원으로 돌려놓고 납입금의 50%를 보유하도록 한 법률을 어긴 뒤 20여억원을 유용한 혐의(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등)로 고아무개(5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상조업체에 가입하면 회원들은 매달 선수금을 납부하고 장례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업체가 이같은 선수금을 임의로 사용해 장례 서비스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원들에게 받은 선수금의 50%를 은행 등에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9월부터 상조업체를 운영해온 고씨는 이같은 의무를 피하기 위해 2012년 여행사를 세워 상조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이 운영하던 상조업체 회원을 여행사 소속으로 바꾸고 선수금도 여행사 계좌로 받았다. 고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1만5000여명의 회원에게 134억원의 선수금을 받았지만, 실제 은행에 예치한 금액은 3억80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고씨는 예치금 의무에서 자유로워진 선수금 중 8억4000만원을 자신의 여행사에 빌려주고, 3억원을 개인 투자에 사용하는 등 20억여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선수금 보전 의무를 위반한 사례를 적발해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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