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가 의료 전문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
의사가 인터넷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이 여성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 관련 인터넷 매체 <메디칼타임즈>에 2014년 8월16일 실린 ‘30대 전문직보다 20대 전문대 여자가 먹힌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뒤늦게 누리꾼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 바로 가기 : “30대 ‘전문직’보다 20대 ‘전문대’ 여자가 먹힌다” ) 이 칼럼을 쓴 권아무개씨는 자신을 영상의학 전문의이자, 결혼정보회사 대표, 국가고시 전문 학원의 원장 등으로 소개했다.
권씨는 칼럼에서 “정상적인 남자는 결혼에서 아이를 원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건강하면 나이 40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자와 그 부모님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이 생각하는 (여성의 나이) 마지노선은 34세를 본다”며 “그 이후에도 분명 (아기를) 낳을 수는 있지만 임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령 아이를 낳아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나아가 그는 “남자 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개할 수 있는 여자 나이의 상한선은 32세”라면서 “33세부터 조금 힘들어지고 34세는 매우 힘들어지며 35세부터는 거의 불가능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34세 넘은 미혼여성이 좋은 남편감을 만날 가능성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조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문직, 미혼, 무교, 평균치의 외모를 가진 분을 기준으로 소개가 용이한 상한선은 32세”라고 했다. 이어 “여자의 나이는 우유에 있어서 유통기한 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남자가 자기의 나이를 고려해 만나는 여자의 나이를 연장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큰 착각 중의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30대 후반의 능력남은 30대 중반의 전문직 여성보다 20대 후반의 전문대 출신을 선호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적했다.
끝으로 “여성의 연령대별 남자들의 반응”이라며 이렇게 정리했다. △“26-28세: 나이만으로 다른 부족한 스펙을 메울 수 있음.” △“29-30세는 남자들도 동의하는 결혼적령기.” △“31-32세: 살짝 늦은 듯한 나이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만남이 가능함.” △“33-34세: 남자들이 피하며 부담스러워하는 나이.” △“35세~ : 이야기 꺼내면, 남자들이 화내는 나이.”
이에 대해 이윤소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내용을 보면 ‘정상적인 남자는 결혼해서 아이를 원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만약 남성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이어 “출산은 부부의 중요한 결정사항인데, 출산 부분에서 여성의 의사보다 남성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을 소개할 수 있는 나이의 상한선은 32세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여성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선택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등 삐뚤어진 시선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칼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면서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누리꾼들은 댓글에서 “매우 봉건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그걸 글로 쓸 생각을 하는 것도 놀랍다”, “소름 돋을 만큼 천박한 글”이라는 등 반응을 보이며 비판했다.
권씨는 14일 오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칼럼은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해왔던 경험상 여성의 나이가 허들(장애물)이 되는 현실을 알게 됐고, 이런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작성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용 중 ‘유통기한이 지났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일부 표현이 지나친 부분에서는 사과하고 싶다. 여성 혐오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했거나, 누군가를 괴롭힐 생각으로 쓴 글은 전혀 아니다”라며 “글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어서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팠고, 일부 표현들 때문에 본질과 다르게 격분하신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한 의사가 의료 전문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