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교수 “선장 하는 말 아무 생각없이 믿어서…”
학생회 공개사과 요구…해당 교수 “유감이고 미안”
학생회 공개사과 요구…해당 교수 “유감이고 미안”
세월호 참사 2주기를 한 달 앞두고 대학 교수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내 교양 강의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홍성제 교수가 담당하는 ‘대학생활과 미래설계’(대생설)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이 대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항공대 대나무숲’에 글을 올려 “오늘 강의 중 교수님이 세월호 사건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 선박 관리자의 지시를 아무 생각 없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심지어 강의 마지막에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단원고 학생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세월호 사건으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사람으로서 용납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학생 다수에게서 해당 발언을 들었다는 증언이 나오자 포항공대 학내 언론인 <청년과학>, <포춘> 등은 이 논란을 다루며 “학우 사이에서는 이 강의를 보이콧하자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포항공대 총학생회의 학생교육위원회는 강의가 진행된 당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홍 교수의 공개적 사과’와 ‘학교 당국의 재발 방지 대책 강구’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총학생회는 11일 성명서를 내어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은 수습과정 시 제대로 대처 못한 사회구조임에도 학생들이 ‘생각이 없어 죽었다’고 하는 것은 옳은 가르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총학생회가 홍 교수에게 실제 이 발언이 있었는지 질의하자 홍 교수는 15일 학교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대생설 논란에 대해’라는 제목의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나의 발언으로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니 유감이고 미안하다”면서도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는 상처지만 학생들이 상처라하니 그러려니 생각하겠다. 지난해에도 똑같은 세월호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항공대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홍 교수가 세월호에 대해 발언한 것은 맞지만 발언 의도가 왜곡돼 전달됐고, 해명이 필요하다면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하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연세대에서도 이과대학의 한 교수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안전교육 강의에서 “세월호 사고 때 개념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가만 있으라는) 방송을 따르지 않고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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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공대 홍○○ 교수의 해명글 전문
나의 강의에 대한 논란에 대하여 몇자 적습니다.
우선 대생설 학생들이 내 강의를 열심히 들어준 것과 나의 강의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것에 대하여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의 강의에 대하여 앞으로도 계속 의문을 가져주기 바랍니다.
강의 시간에 얘기했듯이 생각의 단초는 의문입니다. 생각의 중요성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인간의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은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구분하고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강의에 대하여 아무도 수업시간에 질문하거나 이메일 등으로 나에게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었습니디. 따라서 교내 게시판에 설혹 나에 관련된 사항이 거론된다해도 그것은 나의 과제가 아닙니다. 나 없는데서 나를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나의 과제가 아니니까요. 나의 가치관이나 명예는 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의 삶의 주체로 살기 위하여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지 않아야 합니다, 누가 나에게 게시판에 나의 논란에 대해 알려왔지만 나의 과제가 아니라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나 나에게 직접적으로 나의 반응을 요구하는 어떠한 것도 모두 나의 과제입니다,
방금 학생교육위원회 ***군으로 이메일을 받았습니니다, 그리고 나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 받았습니다. 나의 발언으로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니 유감이고 미안합니다, 나로서는 납득 안되는 상처지만 학생들이 상처라하니 그려려니 생각하겠습니다. 작년에도 똑같은 세월호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의의를 제기한 학생이 없었습니다, 왜 작년에 학생들은 상처를 안 받았는지 또는 받고도 참았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작년은 토요일 강의가 더 큰 문제라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보이는대로 보고 들리는대로 듣는게 아닙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의 강의가 나의 의도와 달리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이해합니다.
좀 더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대생설 수업(수요일 6시반 정보통신연구소 중강당)에 참석하기 바랍니다. 롼영합니다.
컴퓨터공학과
교수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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