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SNS에 잇따라 인증샷 게재
“반값 실현” 주장 교육부 광고에 분노
“학생들 체감 현실 정확히 보여주려”
“반값 실현” 주장 교육부 광고에 분노
“학생들 체감 현실 정확히 보여주려”
“이 고지서를 보면 알 겁니다. 반값이라뇨? 어떤 장학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왜 집은 점점 힘들어지는데 소득분위는 높아지는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익명 커뮤니티인 ‘미완성 반값등록금 대나무숲’(대나무숲)에 최근 올라온 사연이다. 사연에 첨부된 등록금 고지서엔 ‘등록금 납부액 3,298,000원’이 찍혀 있었다. 이 학생이 ‘1600원 밥버거를 먹으며 울분에 찬 한신대생’이라는 닉네임으로 등록금 고지서를 올린 이 대나무숲엔 자신의 올해 1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인증하는 대학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대나무숲은 대학생 자치기구 연합단체인 ‘4·13총선 대학생참여네트워크 무브’가 지난 2월 만든 것이다.
대나무숲의 운영자 김성민(26)씨는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이 실현된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은 실제로 그렇게 느끼지 못한다. 이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고지서라 생각했다”며 고지서 인증샷 올리기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라는 문구를 담은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의 광고를 보고 대학생들이 “공분했다”고 전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의하면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41.7%(2014년 2학기 기준) 수준밖에 되지 않아,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 역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이번 학기 한양대에서 ‘제적’됐다. 9학기(추가학기)생이라 국가장학금 신청 자격도 안 되고, 학자금 대출도 쉽지 않았다. 김씨는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진짜 반값 등록금은 고지서에 찍힌 등록금 자체가 절반이 됐을 때 완성된다는 걸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위로 언니가 둘 있다.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집은 국가장학금 대상자가 아니다. 금수저 집안도 아닌데 말이다”란 사연과 함께 ‘3,302,000원’이라고 찍힌 등록금 고지서를 올렸다. 한 덕성여대 학생은 “아빠가 개인사업자인데 최근 경기가 안 좋아서 거래처가 많이 끊겼다. 소득이 줄었는데 소득분위는 1단계 상승했다. 주변 애들도 다 소득분위가 상승했던데 중산층을 창조해낸 건가”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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