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교사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종이컵에 소변 받게 해
인권위 “인격권 보호 측면에서 문제 소지 있다”
인권위 “인격권 보호 측면에서 문제 소지 있다”
지난해 10월4일 아침, ‘흡연예방 및 금연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민원이 접수됐다. ‘골초’ 학생들이 등굣길에 학교 앞 주택가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이다. 학생지도부 교사는 주민들이 신고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평소 흡연자로 관리되고 있던 학생 가운데 ㄱ군을 지목했다. ㄱ군은 수업도 받지 못한채 교무실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ㄱ군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교사는 “그렇다면 소변검사를 하자”며 종이컵을 학생에게 내밀었다. ㄱ군이 소변검사에 응하겠다고 해 둘은 화장실로 향했고 ㄱ군은 교사가 보는 앞에서 소변을 봐야 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변검사 키트는 5일 전 흡연사실까지 감지해낼 수 있지만, ㄱ군은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튿날, ㄱ군은 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치 범죄자처럼 소변검사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50여명을 상대로 소변검사를 해서 37명을 적발해 교내·사회봉사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학교는 “흡연 학생을 방관할 수 없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교사나 부모 몰래 흡연하는 학생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며 “교사가 보는 앞에서 소변을 받지 않으면 학생이 소변에 물을 섞는 경우도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인천시교육감은 학교장들에게 “금연지도를 할 때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을 피하고, 흡연검사는 사전에 학생의 동의를 얻고 검사방법도 공개된 장소에서의 소변검사보다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사용하라”고 권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일산화탄소 측정기는 감지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잘 사용되지 않는다 한다.
인권위는 이런 소변검사가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흡연단속 목적의 소변검사를 중단하고 인권친화적 방법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소변검사를 강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동의를 받아 한다고 해도, 교사와 학생이라는 지위에 비추어 순수하게 자발적 의사로 동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학생이 종이컵에 소변을 보는 방법은 인격권 보호의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