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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내와의 성관계 캐묻고…” 남성 22% ‘직장 성희롱’ 경험

등록 2016-03-17 14:29수정 2016-03-20 11:39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이 여전히 심각하다. 직장 안에서 상사가 성과 관련한 신체적·언어적·시각적 불쾌감과 굴욕감을 유발했을 때는 즉각 주위 사람들과 전문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진은 성희롱 방지교육용 홍보물의 한 장면. 〈한겨레〉자료사진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이 여전히 심각하다. 직장 안에서 상사가 성과 관련한 신체적·언어적·시각적 불쾌감과 굴욕감을 유발했을 때는 즉각 주위 사람들과 전문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사진은 성희롱 방지교육용 홍보물의 한 장면. 〈한겨레〉자료사진
“아내가 외국인인데, 직장 상사가 아내와의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대답을 거부했는데, 아내를 ‘백마’라고 부르고, 저는 ‘백마 탄 남자’라고 불렀습니다. 직장 상사라서 그냥 웃어넘기긴 했지만 굴욕감을 느꼈습니다.”

제조업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남성 노동자 ㄱ씨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서유정 부연구위원의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연구에 털어놓은 ‘직장 성희롱’ 피해 사례다. ㄱ씨 사례처럼 남성 노동자들이 직장 성희롱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여성에 비해 남성 노동자의 언어적·육체적 성희롱 피해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남성 노동자의 성희롱 피해에 대해서도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17일 서유정 부연구위원의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6개월 안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남성 노동자 비율이 2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의 피해 응답률은 15.9%였다. 여성의 피해 응답률이 높았던 기존 연구에 비춰 이례적인 결과다. 서유정 부연구위원은 “남성 노동자들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었단 사실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거나, 성희롱 피해자라고 응답하기를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지위에서 약자라고 인식되는 것을 기피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성희롱 피해 경험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응답 기피’를 줄이기 위해, 설문 내용에 ‘성희롱’ 등 직접적인 언급을 포함시키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 유형을 설명한 뒤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는지’를 묻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예컨대 ‘신체의 일부에 대한 부적절한 접촉’, ‘개인사와 관련된 성적인 농담이나 조롱’, ‘이성인 상사 및 고객의 접대 강요’ 등이다.

‘보건 및 사회복지’, ‘금융 및 보험’, ‘공공행정 및 공무직’, ‘서비스업’, ‘건설업’ 등 5개 직군에 종사하는 노동자 6027명(남성 3159명·여성 283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29.1%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서 보건 및 사회복지(18.9%), 금융 및 보험(16.0%), 건설업(14.5%), 공공행정 및 공무(14.0%), 제조업(11.2%) 순이었다.

성별에 따른 성희롱 피해 응답률은 직종별로 각기 다르게 조사됐다. 남성 피해 응답률이 높았던 직종은 서비스업(남성 35.0%·여성 17.1%), 금융 및 보험(남성 17.2%·여성 13.6%) 등이었다. 반면 보건 및 사회복지(여성 21.3%·남성 12.0%), 공공행정 및 공무(여성 15.1%·남성 13.3%) 등의 직종에선 여성의 피해 비율이 더 높았다.

서 부연구위원은 “성별에 따른 직종별 피해자 비율이 엇갈린 데 대해서는 좀더 구체적인 조사를 해보아야 원인을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남성 노동자도 여성 노동자만큼 많은 성희롱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실증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직장 내부 성폭력에서는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 만큼 직장 내 권력관계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 대체적인 평가”라며 “다만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가 입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의 수위와 종류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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