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가 논란이 되면서 이동통신회사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내역을 문의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내 개인정보도 수사기관에 제공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는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최근 에스케이(SK)텔레콤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에 가입자가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신청해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일주일에서 2주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기존에는 짧게는 2~3일이면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받아볼 수 있었지만, 신청자가 급작스레 몰리면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최근 몇 명의 고객이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신청했는지 여부를 외부에 밝히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 이통사 가입자는 “지난 15일 통신사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해당 상담사로부터 ‘최근 2~3일 새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요청한 고객이 4000명 넘게 몰려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통신자료 조회 사실 문의가 폭증하자 케이티는 최근 통신자료 제공 확인서를 처리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번호이동 등으로 최근 통신사를 옮긴 시민들은 ‘직전에 가입했던 통신사가 자신의 정보를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에 넘겼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느냐’며 답답해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가입 시점부터 해지 뒤 6개월까지 보유하고 있다. 통신사를 옮긴 지 6개월 이내라면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들은 현재 각사 누리집에서 가입자들이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업계 1, 2위인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가 해지 고객에겐 누리집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과거 기록은 얻지 못 하는 것인지 답답해 하고 있다.
해지 고객이 통신사 누리집에서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 통신사는 엘지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엘지유플러스의 경우, 신분증을 지참하고 각 지역에 있는 직영점을 방문해도 자료 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에스케이텔레콤 해지 고객은 각 지역마다 운영되고 있는 지점을 직접 방문(신분증 지참)해 통신자료 제공사실 조회를 신청해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해지 고객은 현재 자사 고객이 아니기 때문에 누리집이나 전화로 신분 확인이 어렵다. 신분증을 통한 대면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경우 케이티플라자를 직접 방문하거나 개인정보상담센터(1588-1130, 유료)로 전화를 걸면 해지 고객도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또 100번으로 전화를 걸면, 개인정보상담센터로 연결해 확인서를 신청할 수 있다.
통신자료는 통신사가 가입신청서를 통해 수집한 서비스 가입자의 개인정보로,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한겨레>는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정보·수사기관이 국회의원, 시민단체 활동가는 물론 평범한 직장인들의 통신자료를 영장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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