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겨레
박씨 유족, 구치소가 초기 확인 못해 사망에 이르게 돼
대법, 구치소 의무관들 주의의무 있다 보기 어려워
대법, 구치소 의무관들 주의의무 있다 보기 어려워
구치소에 갇힌 수감자가 의무관의 초기 진단 실패로 병사했더라도 병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았으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구치소에 수감된 지 한달여 만에 급성 결핵으로 사망한 박아무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 루푸스 환자였던 박씨는 2010년 7월3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왼쪽 무릎 통증을 느껴 의무관에게 진료를 받았다. 무릎 통증은 결핵의 증상 중 하나였으며, 루푸스 환자의 경우 결핵 발병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구치소 의료진은 결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 검사 등을 하지 않았다. 박씨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다 구치소 쪽에서 류마티스내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고 같은 달 7일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혈액검사 등을 받았다. 병원 검사 결과 박씨의 결핵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고, 결국 박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8월9일 급성결핵과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씨의 유족은 구치소 쪽이 박씨가 결핵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초기에 확인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국가를 소송상대로 손해배상 을 냈다. 1심은 유족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국가가 9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국가가 7900여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쪽 무릎 통증만을 근거로 결핵성 관절염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점”과 “(구치소보다 의료환경이 더 좋은) 한림대 성심병원의 담당의사도 결핵을 예상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서울구치소 의무관들에게 박씨의 결핵 감염 여부를 의심하여 흉부 엑스레이 검사 등을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