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처 ‘프라이버시 보호 보고서’
35년전 개정된 전기통신법 적용해
사회적 변화 못담아…“개선해야”
35년전 개정된 전기통신법 적용해
사회적 변화 못담아…“개선해야”
이동통신회사들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내주는 근거가 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83조가 유선전화 시대에 만들어진 법이라 무선전화 가입자 5000만 시대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선 개정이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내놓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통신자료 제공제도의 개선방향’보고서에서 “현행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사실상 유선전화 시절의 체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심우민 입법조사관은 “하나의 유선전화를 공유하던 과거와 지금의 모바일 환경이 지닌 결정적인 차이점은 통신기기와 개인이 1 대 1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일종의‘휴대전화 실명제’로 휴대전화 번호로 개인이 특정된다”며 “이렇게 얻는 가입자 정보, 특히 주민번호는 다른 개인정보를 알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크지만 이런 변화가 법에 담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와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전통법 83조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1년 제정하고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1년 개정된 ‘전기통신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은 ‘공사 또는 전신업무취급국·전화업무취급국은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 관계 기관으로부터 공중통신업무에 관한 서류의 열람 제출의 서면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심 조사관은 “정확한 법 제정 당시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통신비밀 영역이 지금처럼 분화되지 않았던 과거에,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통신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자료도 열람하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조항은 1983년 ‘공중전기통신사업법’으로 옮겨졌는데, 이 법이 1991년 이름을 바꾼 게 전통법이다. 전통법은 2000년 ‘자료제공요청’ 절차와 주체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지만, 영장이나 법원의 판단 없이 전기통신사업자들이 임의적으로 가입자 정보를 내줄 수 있다는 법의 기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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