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맨 왼쪽)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안기관의 ‘민주노총 무차별 통신사찰 조사결과 중간발표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가 권력의 무차별적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
지난 1년 동안 민주노총 조합원의 통신자료 681건이 정보·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은 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조회한 조합원 가운데 지난 20일까지 1차로 통신자료 제공 사실이 확인된 조합원 94명의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민주노총은 “이들 94명의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통지서’를 확인해 보니 모두 681건의 정보가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당 평균 7.24건인 셈”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통신자료가 제공된 사람은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이었다. 31건의 통신자료가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에 고루 제공됐다. 이 총장은 “같은 날 한 시간 간격으로 제공된 내역, 같은 사안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각각 다른 경찰서에 제공받은 내역 등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수집의 흔적이 드러났다”며 “특히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해서도 통신자료 요청이 있었다. 이것은 연좌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통신자료 제공은 주로 1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있었던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수사기관들은 지난해 11월 94명의 통신자료 123건을, 12월에는 386건을 제공받았다. 수사기관에 넘어간 1년치 통신자료의 60%가 두 달 사이에 제공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민중총궐기 수사와 관련해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 등을 보고 통신자료를 요청한 결과일 수 있지만, 집회 현장 기지국 수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기지국 수사로 경찰은 수백개에서 수만개의 전화번호를 한 번에 얻는데, 이후 이 번호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신자료 요청이 급증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현재 공식적으로 “집회·시위 수사에 기지국 수사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한 기관은 경찰이 585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국정원이 83건으로 뒤를 이었다. 검찰은 13건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1월30일 민주노총 사무총국에서 일하는 실무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서면 없는 통신자료 요청’이 몰려 있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서면도 없는 긴급요청 건수가 11월30일에 몰려 있다. 대체 무엇이 긴급 사안이었고, 이후에 통신사에 적법하게 서면(통신자료제공요청서)을 제출했는지 경찰 스스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을 ‘무차별적 통신사찰’로 규정하며, “상식적인 수사 목적보다 ‘일단 털고 보자’는 식의 발상으로 국민의 정보 사생활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있다. 통신사찰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낱낱이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아직 제공내역을 받아보지 못한 조합원과 가족,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