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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미군기지 속 문화유산 111년만에 본다

등록 2016-04-06 21:56수정 2016-04-07 10:36

1905년부터 일·미 군용지 ‘금단사’
구민 30여명 민간인 첫 문화탐방
안두희가 옥 생활한 위수감옥과
문인석·만초천 전경 등 볼 수 있어
“세계적으로 희귀한 전쟁사적 가치”
용산구, 탐방 행사 정례화 추진
110년 넘게 민간 출입이 통제된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 기지 안에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일반인이 정기 탐방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용산기지는 서울 도심의 ‘비무장지대’로 이를 만큼 역사·자연적 가치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용산기지 민간 탐방은 용산구가 앞장서고 있다. 용산구는 지난달 30일 구민 30여명의 미군기지 유적 탐방을 성사시켰다고 6일 밝혔다. 2017년 기지 이전과 용산공원화 사업을 앞두고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 등이 방문한 적은 있지만, 시민들이 무리 지어 발자국을 새긴 것은 처음이다.

용산구는 이를 위해 수차례 용산기지 쪽과 구두협의하고, 지난달 중순 “용산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미군기지 내 유적지를 탐방하고 싶다”는 취지의 공문을 마리아 피 오프 미 육군 용산지역사령관에게 전달한 뒤 ‘임시출입’ 승인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오전 10~12시 30~70대 구민 30여명이 참여한 ‘용산학 강좌’ 현장 수업이 111년 금단사를 뚫고 이뤄졌다.

용산기지는 한일의정서 협약이 강제 체결된 이듬해인 1905년 89만원에 일본군용지로 점탈됐다. 당시 용산에는 1176호의 가옥과 111만7308개의 무덤이 있어 거주민 항의가 컸으나 일본 헌병에 진압되기도 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역설적이게도 반세기 개발 시대에서 비껴서 있었다.

1910년대 용산기지 전경
1910년대 용산기지 전경

기지 안에는 용산구민들이 이번에 둘러본 조선시대 제천의식 터인 남단, 1908년 지어 서대문형무소와 함께 유일하게 현존하는 일제 감옥으로 백범을 암살한 안두희도 수감됐던 위수감옥, 일제 장교관사, 소련군·중공군 건물, 기지 내에서만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300m 정도의 만초천(개울), 둔지산, 1910년께 사진 기록으로도 남아 있는 느티나무 군락 등이 세월을 버텨내고 있다. 100동이 넘는 건축물과 벙커 등은 1세기 이상의 건축양식과 생활상 등을 압축해 보여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전쟁사적 가치를 지녔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현재 남아 있는 만초천 전경
현재 남아 있는 만초천 전경

현재 남아 있는 위수감옥
현재 남아 있는 위수감옥

용산구 역사탐방 안내를 맡았던 김천수 향토사학자는 “서울에서 이 정도로 문화재들이 잘 간직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가치 있는 문화재로 여기저기 흩어져 서 있는 문인석(분묘 앞에 세우는 문관 형상의 돌)을 꼽았다. 터 잡고 살다 무덤마저 잃고 쫓겨난 조선 백성들의 자취이기 때문이다.

문인석과 동자상
문인석과 동자상

용산구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미군기지 탐방 행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성장현 구청장은 “일제의 침략사, 현대사가 고스란히 보존된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다. 기지가 이전되면 잊혔던 근현대 역사를 복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치 때문에 서울시도 용산기지 안팎으로 조성될 용산공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시는 올해 기지 내 문화재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천수 향토사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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