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법이 발효 된지 일년이 흐른 지난 9월 21일 밤 서울 용산역 부근의 집창촌에서 성매매여성들이 가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강남지역 변칙 성매매업소 갈수록 지능화·기업화
종업원 30명, 연매출 60억원, 종업원 1인당 연매출 2억원, 연간 고객 3만명 이상. 여느 견실한 기업의 경영지표가 아니다. 최근 서울경찰청에 적발된 한 ‘기업형’ 안마시술소의 영업 현황이다.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경찰이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성매매 업소들의 영업은 점점 대형화·기업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 들어선 ㄱ안마시술소는 6층짜리 건물의 지하 1·2층과 지상 5·6층 등 4개 층을 쓰며 이 일대에서는 이름을 날린 업소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탕방’과 휴면실을 비롯해 26개의 방이 설치됐고, 장부로 추정한 손님 수가 지난 10개월 동안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평균 100명씩 손님이 찾았다는 이야기다. 1인당 화대가 18만원이라 10개월간 매출액이 54억원, 연간 60억원에 육박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나 될지 감도 안잡히는 한국 성산업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0개월간 100명씩 3만명 찾아, 1인당 화대 18만원 ‘업소’보다는 ‘기업’에 가깝다고 할만한 이 업소의 영업실적은 일반기업에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추산한 지난해 중소제조업체들의 종업원 1인당 평균매출액은 1억4900여만원이다.
단순히 매출액이 많다고 해서 장사가 잘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 실상을 따져 보자. 경찰이 밝힌 이 업소의 이익배분 구조는 간단하다. 손님 1명의 화대 중 성매매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7만~8만원이다. 안마사들한테는 1만4천원이 돌아간다. 대체로 절반 가량이 업소 주인 수중에 떨어지는 셈이다. 성매매 업소가 제대로 된 재무제표를 만들지는 않아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이 업소를 조사한 경찰관은 임대료나 소모품 비용을 뺀 순이익률이 30% 정도는 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2.9%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업주들이 성산업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비교안되는 뛰어난 수익률…실제 주인은 ‘오리무중’ 하지만 이런 이익률을 올리는 투자자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이 업소의 주인으로 등록된 시각장애인 2명을 입건했지만, 이들은 ‘바지 사장’(실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사장으로 된 사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실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진짜 전주를 대지 않았다고 한다. 적발되면 영업정지나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지만, 장사가 잘 되면 떼돈을 버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벤처기업식 경영논리가 성매매 업태를 설명하는 데도 유효하다. 바지 사장이라는 ‘전문경영인’이 잘못을 뒤집어쓰는 것은 대기업 비리사건을 보는 듯하다. 연중무휴에 가까운 성업을 해 온 이 업소는 또 손님이 몰릴 때는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여성들 외에 ‘대타’로 불리는 여성들을 임시로 부르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파견근로의 구분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만은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주변 업소들과 경쟁도 해야 하고, 더욱 날이 선 단속도 피해야 한다. ㄱ안마시술소의 경우 성구매자 1명에게 여성 2명이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서비스’로 특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벨 울리면 업소문 자동 폐쇄되는 시스템 갖춰 단속 현장에 갔던 한 경찰관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손님들이 편한 느낌을 받게 하려는 미닫이 문 등을 보면서, ‘이 곳은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업소들은 욕조에 꽃잎이나 향수를 뿌리며 ‘웰빙’ 풍조에 맞추려고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나비 모양의 가면 등을 사용해 고객의 ‘취향’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하는 데도 있다고 한다. 성매매업소 단속을 벌이고 있는 한 여성 경찰관은 “강남 안마시술소를 가 보면, ‘남편 간수 잘해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고 농반진반의 소리를 하며 씁쓰레한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마케팅’ 측면에서도 거의 기업 수준으로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적발된 서울 방이동의 한 안마시술소는 유흥업소 주변 건물에서 4개 층을 사용해 왔다. 모두 13~15명의 종업원을 고용한 이 업소는 지난 33개월 동안 53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 업소가 주변 술집 종업원 등에게 손님 1명 유치에 2만원씩 수당을 주고 성구매자들을 모아왔다고 설명했다. 술이 올라 ‘이성’보다는 비뚤어진 ‘욕망’의 지배를 받는 남성들을 꾀어 안마시술소로 올려보내는 방식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서비스’ 매뉴얼이나 업체 운영 개선방안을 담은 ‘전략 기획서’가 압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성매매업소들이 대규모화하고 고급화하고 있지만,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도 두터워진다. 바깥 동정을 살피기 위한 폐쇄회로(CCTV)와 비상벨은 기본이다. 비상벨이 울리면 업소 문이 자동적으로 닫히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많은데, 경찰은 이런 방패를 뚫기 위한 방법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한겨레> 사회부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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