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준비생 송아무개씨가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사건으로 청사 보안이 강화되자 7일 낮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청사 후문 방문객 안내실을 통해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서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아무개(26)씨가 정부서울청사를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송씨의 단독범행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인사혁신처 등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보안 지침 위반 사실을 숨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7일 “송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씨가 청사와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보안관리 체계의 빈틈을 파고들어, 모두 5차례 청사를 드나들며 자신의 시험점수와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청사 내 근무자 중 송씨의 친인척이나 지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날까지 전·현직 공무원들과도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송씨는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직원들이 사건 수사를 의뢰한 당일인 지난 1일을 포함해 2월28일부터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청사를 드나들었다. 시험지를 빼돌리기 위해 처음 청사를 찾았던 2월28일, 송씨는 일요일이라 외출·외박에서 복귀하는 의무경찰들 틈에 끼어서 후문 안내실로 청사에 진입했다. 경찰은 “20대에 머리가 짧은 송씨를 방호직원도 의경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청사안을 돌아다니다 1층 체력단련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친 걸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훔친 공무원 신분증이 분실신고가 되면서 보안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게 됐지만, 송씨는 정문에서 신분증만 보여줘도 된다는 점을 파악해 청사를 들락거리며 체력단련실에서 지난달 6일과 26일 공무원 신분증을 2개 더 훔쳤다. 송씨가 청사를 돌아다니는 동안 당직자나 직원들과 몇 차례 마주친 일이 있지만, 미리 준비한 슬리퍼를 신고 직원 행세를 한 탓에 송씨를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날 경찰의 발표에선, 사무실 도어록 옆에 비밀번호를 적어놓는 등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보안의식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찰은 청소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 채용관리과 사무실 도어록 옆에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비밀번호를 송씨가 발견해 손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사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와 시험 관리 부서인 인사는 사건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인사혁신처는 사건을 수사 의뢰할 때 사무실 도어록 옆에 적혀 있던 비밀번호의 존재를 경찰에 알리지 않았고, 행자부 청소관리담당주무관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비밀번호를 지우라고 지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직원들이 비밀번호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비밀번호가 지워진 상태였다.
또 사건 수사 초기 인사혁신처가 ‘합격자 명단이 담긴 피시(PC)를 보안 지침대로 관리했다’고 거짓 해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범행을 재현한 결과, 송씨가 이동식저장장치(USB)로 보안을 해제한 채용관리과 주무관과 사무관의 피시는 부팅 단계에 설정해야 하는 시모스(CMOS) 암호가 걸려 있지 않았다. 정부부처는 국가정보원의 정보보안 지침에 따라 피시에 △부팅 단계 시모스 암호 △윈도 운영체제 암호 △화면보호기 암호 △중요문서 암호 등 4중 안전장치를 갖춰야 하는데, 이동식저장장치로는 해제할 수 없는 첫 관문부터 열려 있었다는 의미다.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는 “시모스 암호가 설정돼 있다면 컴퓨터를 뜯어서 메모리를 초기화시켜야 한다. 또 별도의 보안장치가 있는 시모스는 (초기화해도) 암호를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모스 암호가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송씨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프로그램으로 (다음 단계인) 윈도 비밀번호를 쉽게 해제할 수 있었다.
이승준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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