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 송아무개(26)씨가 본 시험에 앞서 치러진 지역 선발 시험 문제지를 훔치려고 대학교직원을 사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9일 “송씨가 대학에서 치러진 1차 선발 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치기 위해 교직원을 사칭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송씨가 정부서울청사에 들어가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던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은 지역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서류심사와 필기시험인 피에스에이티(PSAT·공직적격성심사),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전형이다. 제주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송씨는 앞서 1월23일 이 전형에 추천하기 위한 대학의 자체 선발시험에서 81점을 받아 1등으로 선발돼 7급 공무원 본 시험에 응시한 바 있다.
송씨를 추천한 대학은 당시 서울 신림동의 공무원 시험 전문 사설학원에 선발시험을 의뢰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송씨는 1월8~10일 서울에 머물며 문제지 1장과 답안지 2장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대학에서는 피에스에이티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넷 포털 카페를 통해 알게 된 5개 학원에 대학교직원을 사칭해 일일이 전화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방법을 통해 시험 출제 학원을 알게 된 송씨는 1월8일 서울로 올라와 문제지와 답안지가 출입 데스크 뒤 특정 강의실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이틀 뒤인 10일 낮, 데스크 여직원이 자리를 비웠을 때 강의실로 들어가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해당학원에서는 송씨의 절도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학 선발시험에서 1등이었던 송씨가 인사혁신처가 주관한 7급 공무원 필기시험에서 과락(40점)을 간신히 넘는 45점을 받으며 큰 차이를 보인 것에 주목해 수사를 이어왔다.
송씨는 2월28일~3월26일 사이 정부서울청사를 다섯 차례 드나들며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주 초 송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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