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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정상이 정상되는 날까지 시민이 힘내자”…투명선거 감시한 시민들

등록 2016-04-14 15:26수정 2016-04-15 13:44

4월16일 오후 6시. 드디어 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종료됐다. 그 시각,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국민티브이(TV) 카페 지하 1층에 마련된 임시 방송 스튜디오에선 선거파티, 공명선거 네트워크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투명선거 시민참여단’(투시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더개표라이브’ 방송이 생중계를 시작했다. 투시단 카메라의 앵글 밖에선 모니터링팀 20여명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217개 선거구에 해당하는 138개 개표소로 찾아간 투시단 개표 감시단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지역별로 만든 텔레그램방 메신저 창으로 전송해왔다.

투표 종료 이후 한 시간, 오후 7시께부터 개표소에서 ‘미분류표가 쏟아지고 있다’는 영상과 사진 제보가 빗발쳤다. 투시단 소속 개표 감시단이 보내온 자료를 보면 △투표용지에 흐리게 도장이 찍힌 표 △붉은 인주가 묽게 퍼진 표 △선을 벗어난 표들이 미분류로 분리됐다. 모니터링팀은 중앙선관위가 배포한 책자에 나온 ‘유효투표 인정’ 예시 사진을 꼼꼼히 살피느라 분주했다.

“두번의 대선을 치르면서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쌓였지만, 이번에는 뭔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니터링팀에 참여했어요.” 허경(30)씨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 한 채 말을 했다. 허씨는 이날 서울 40여개 선거구 지역의 개표소 상황을 살폈다. 경기도에 흩어진 50여개 선거구 개표소 상황을 지켜보던 문아무개(29)씨는 “특정 회사에서 모니터링을 하면 자본이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얽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시민들이 직접 개표 과정에 참여해서 대중의 눈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서 제보하는게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시민의 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도 각 구시군 선거관리위원장의 판단으로 엇갈린 유효표와 무효표 투표 용지 사진이 속속 신고 됐다. 서울 강동구 둔촌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개표 감시단에 참여한 이아무개씨는 “신동우 새누리당 후보 쪽에 도장이 애매하게 찍혀 있어서 무효표 바구니에 넣었고, 심사집계부 참관인들도 무효표 처리를 했는데, 강동구 선관위원장이 이걸 유효표 판단·처리했다고 들었다”는 내용을 앱을 통해 신고했다.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 있는 한 개표소에서 투시단으로 참여한 임아무개씨도 “오후 8시48분께 첫번째 개표 상황에서 투표 도장이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에 애매하게 찍힌 것이 무효표 판명이 됐다”면서 모니터링팀에 확인을 요청했다. 투시단의 문제 제기로, 2시간쯤 뒤, 이 표는 다시 유효표로 정정됐다.

이날 시민의 눈 앱을 통해 접수된 시민 제보 건수는 84건. 신정웅(44) ‘시민의 눈’ 앱개발팀장은 “선거가 끝나면 사전투표함 보관문제나 투표용지 유·무표 처리 등과 관련한 신고 내용에 대해 불법적인 요소를 따져봐야겠지만,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다음에는 선거 관리의 부실함과 이에 따른 부정투표 논란이 조금은 덜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투명한 선거’를 향한 열망을 19대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투시단에 참여한 윤은주(51)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인 연대 사무총장은 “4.13 총선 개표소에서 접수된 여러 현황의 자료를 모아 ‘2016년 총선 매뉴얼’을 만들어서 문제점을 짚고,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해 투명한 선거를 치르자는 내용의 입법제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 오전 4시30분. 투시단의 생중계 방송은 이렇게 마지막 멘트를 보내고 방송을 마쳤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왜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투표함을 지켜야 되겠습니까?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 날까지 힘냅시다.”

글·사진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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