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반고 2018년 ‘선택형 교육’ 도입
일부 고교의 실험적 운영 확대
진로에 맞춰 시간표 구성 가능
교육과정 없는 신규과목도 개설
일부 고교의 실험적 운영 확대
진로에 맞춰 시간표 구성 가능
교육과정 없는 신규과목도 개설
서울 도봉구에 있는 일반고인 도봉고 2·3학년 학생들은 같은 반이어도 시간표가 모두 다르다. 학생들이 자기가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듣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개설된 교과목을 보고 원하는 교과목과 시간대를 고려해 대학생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자신의 진로에 맞게 ‘개인별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국문학과 진학을 원하는 ㄱ양은 문학, 고전, 영어Ⅰ, 미적분Ⅰ 등 국어 교과 위주로 과목을 선택하고, 영문학과 진학을 원하는 ㄴ군은 영어Ⅰ, 실용영어Ⅱ, 문학, 미적분Ⅰ처럼 영어 교과 위주로 시간표를 짜는 식이다. 도봉고 3학년의 한 담임교사는 “엎드려 자는 등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 여느 일반고보다 적다”며 “아이들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진로나 학업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8년부터 서울 일반고에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도봉고나 서울의 자율형사립고인 한가람고 등 특정 학교에서 실험적으로 운영되던 선택형 교육과정이 서울시 전체 일반고로 확산되는 것이다.
19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일반고 학생 선택 교육과정 운영 혁신 방안’(이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은 시교육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반고 학생 개인별로 최적화·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겠다”며 “올 2학기에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8년에 서울 모든 일반고에 안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혁신 방안을 내놓는 배경에 대해 “특목고·자사고가 있는 서열화한 고교 체제가 일반고 침체의 외적 요인이지만, 내적으로는 학생의 다양한 요구를 무시한 채 문·이과 중심으로 경직된 교육과정을 운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혁신 방안이 도입되면 학생들은 개인별 시간표에 따라 강의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받게 된다. 기존의 학급별 운영체계가 개인별로 바뀌면서 기존의 학급 구분이나 문·이과 구분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유원 중등교육과정팀장은 “지난해 12월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과목 선택권 확대와 문·이과 통합 등의 방향은 제시됐다”며 “혁신 방안은 국가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을 구현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고시해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국·영·수 등과 같은 필수 과목의 수업량을 1주일에 4시간씩 2개 학기만 이수하면 될 정도로 축소했다. 사실상 2·3학년 4개 학기를 학생이 원하는 선택 과목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 수요가 있는 신규 과목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승인하는 인정 과목을 다수 개발하기로 했다. 개설을 희망하는 학생이 적어 학교 내에서는 개설하기 힘든 과목의 경우, 인접한 2~3개 학교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연합형 선택 교육과정’도 운영된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의 고교 체제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스템”이라며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다양하고 융합적인 교육과정에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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