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도로 설립돼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한 유성기업 노동조합 대표자가 법원 판결 닷새 만에 또다른 노조를 설립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은 “안두헌씨를 대표자로 한 ‘유성기업 새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19일 오후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안씨는 법원에서 설립 무효를 판결을 받은 ‘유성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안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속노조가 아직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유성기업노조를 흔들어서, 새로 노조를 설립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해 총회를 열었고 설립신고를 했다”며 “나는 유성기업노조를 탈퇴했지만, 유성기업노조는 존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성기업엔 금속노조·유성기업노조·유성기업새노조 등 노조가 3개가 된다.
유성기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고용부가 제3노조 설립을 받아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종인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회사 주도로 설립한 유성기업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제 3노조를 설립한 것에 회사의 개입이 없었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라며 “고용가 제3노조를 설립인가 해주는 것은 어용노조가 부른 유성기업 문제의 심각성, 즉 노조에 따른 회사의 차별을 방조하고 방관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유성기업노조는 설립 자체가 회사의 주도로 이뤄졌고 이후 조합원 확보나 운영도 모두 회사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졌다.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지난 14일 판결했다. 법원은 회사가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노조설립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이 전략을 회사와 기업노조가 그대로 따랐다고 봤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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