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신자료 제공 헌법소원, 공익인권소송 국민 제안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이날 개소식을 연 공익인권변론센터 출범을 축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공익소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행 ‘통신자료’ 제공 제도에 대한 첫 헌법소원에 나서기로 했다. 민변은 ‘과거사’ 관련 각종 국가배상 소송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민변은 21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개소식을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발표했다. 민변의 회비로 운영되는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사회적 약자나 공익과 관련된 소송만 전담하게 되며, 첫 소장은 송상교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
민변 내부에선 그간 여러 공익 소송을 해오는 과정에서 주로 제보가 들어오는 것 위주로, 각각의 위원회가 산발적으로 대응을 해왔다는 고민이 있었다. 송 변호사는 “이제는 센터가 적극적으로 공익 소송 거리를 찾고 시민들의 제안도 받아 공익 소송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변호사 회원이 1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내부 인력을 적극 활용하면 다양한 공익 소송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호 소송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전기통신사업자법’(83조3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나선다. 정보·수사기관이 제3자인 이동통신사 등으로부터 가입자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통신자료를 받아보는 것 자체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해서다. 헌법소원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지미 민변 변호사는 “한해 1300만건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한 통신자료 제공이 이뤄지는 등 시민의 사생활(통신) 비밀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광범위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1호 소송으로 통신자료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헌법소원 대상에는 ‘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우선 통신자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긴급요청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영문도 모른 채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당한 시민들도 청구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한 누리집(http://phone.jinbo.net)에 자신의 통신자료제공 사실확인서를 올리고 인적사항을 적는 방법으로 참가 동의서를 작성하면 헌법소원 청구인단에 포함된다. 김 변호사는 “시민과 함께하는 헌법소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통신자료 문제제기가 특히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와 함께 과거사 관련 각종 국가 배상 소송에도 체계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과거사 관련 소송에서 법 논리를 치밀하게 다음어 국가가 기존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이끌어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2008년 정부법무공단을 마련한 뒤 각종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치밀한 논리를 만들고 그것을 축적해 최근 (과거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시민 사회 역시 법적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 센터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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