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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말로만 “청소년 몸에 안좋아” 자판기는 두고 커피만 뺀다?

등록 2016-04-24 19:54수정 2016-04-24 21:54

정부 ‘학교자판기 규제’ 오락가락

‘설탕과의 전쟁’ 선포하며
학교 커피자판기 규제도 포함

식약처 “자판기업자 반발 감안
율무차·코코아 등만 판매 검토”

고카페인·탄산음료 등도
솜방망이 규제탓 완전퇴출 안돼
무심코 한두 잔씩 뽑아 마시는 자판기 커피 한 잔에는 설탕과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인스턴트커피는 가공식품이 아니어서 영양성분이 표시되지 않는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분석 결과를 보면, 커피믹스 1봉지당 설탕 함유량은 약 6g(2스푼)이다. 대략 12g인 커피믹스 한 봉지당 절반이 설탕이라는 얘기다. 가공식품을 통한 1일 당 섭취권고량이 50g 이내라서, 두 잔 정도 마시면 4분의 1을 섭취하는 셈이다. 카페인은 몸무게 50㎏ 청소년의 경우, 1일 섭취 권고량이 125㎎ 이내인데,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만 약 53㎎이 들어 있다. 식약처 분석(2010~2012년) 자료를 보면, 만 13~18살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는 탄산음료(30%)에 이어 인스턴트커피(18%)가 가장 많았다.

정부가 지난 7일 ‘설탕과의 전쟁’(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을 선포하면서, 학교 커피 자판기 규제 방침을 포함시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커피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몸에 해롭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관련 규제 방침에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련 규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모양새다.

24일 식약처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는 전국 1만1천여곳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커피 자판기 설치 실태를 조사 중에 있다. 이번에 나온 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에는 ‘학교 내 자판기를 통한 커피판매 제한’ 방침이 포함됐다. 이 조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을 바꿔야 한다. 실태조사 뒤 법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 입법예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교 자판기 규제가 어떤 내용으로 법조문에 담길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식약처는 이미 지난해 10월 ‘제3차(2016~2018년) 어린이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부터 학교 내 커피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지난 7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부처 등의 반발로 인해 ‘학교 내 자판기를 통한 커피판매 제한’으로 수정됐다.(<한겨레> 4월13일치 8면 참조) 기존 방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음료의 당류 표시도 추진한다고 했지만, 이 또한 판매업자의 ‘자율’에 맡겨뒀다. 식약처의 한 담당자는 “자판기사업자 등의 반발을 고려해서 자판기 전체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서 문구가 바뀐 것이지만 내용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판기에서 우유나 율무차, 코코아는 나오게 하고 커피만 못 나오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학교 자판기 규제가 법 개정을 거쳐 시행되더라도 또다른 솜방망이 규제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2014년에도 학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퇴출시키겠다고 공표한 바 있지만, 정작 관련법상으로는 판매업자가 법망을 피해서 팔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현행 법규정은 ‘어린이 기호식품’ 중에서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데, 1회 제공량(229㎖)당 카페인이 평균 88.4㎎이나 되는 캔커피 등 커피음료는 고카페인 음료 기준에 부합하는데도 어린이 기호식품의 범주에 들어 있지 않아 법 규정을 피해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고카페인 제품 등을 팔더라도 과태료가 10만원밖에 되지 않는 등 제재 조처가 미약한 점도 문제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되는 탄산음료 판매도 2009년부터 법으로는 금지됐지만, 허술한 단속과 솜방망이 제재로 인해 현장에서는 완전히 퇴출되지 않은 상태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이미 90년대부터 학생건강 증진 차원에서 탄산음료나 커피 자판기를 학교에서 없애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지만, 슬금슬금 다시 학교 안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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