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형량 낮다며 항소한 검찰
항소심서 되레 구형 낮추고
보석 신청도 용인해줘 의문
100억대 원정도박 사건에서
‘과다 수임료’ 논란 넘어
‘법조비리’로 번지는 모양새
항소심서 되레 구형 낮추고
보석 신청도 용인해줘 의문
100억대 원정도박 사건에서
‘과다 수임료’ 논란 넘어
‘법조비리’로 번지는 모양새
변호사와 고액 수임료 반환 갈등을 빚고 있는 해외원정 도박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보석을 위해 검찰 쪽에도 상당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1심에서 정씨의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한 뒤 보석을 허가해줘도 상관없다는 의견을 내는가 하면, 항소심에서 이례적으로 구형을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100억원대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인 지난 1월19일 회사 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법원은 검찰에 보석 신청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검찰은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처리함이 상당하다”고 답했다. ‘적의처리’란 적당히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으로, 사실상 보석으로 풀어줘도 상관없다는 취지다.
앞서 정씨의 1심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한 검찰이 그의 보석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양형부당 사유로 항소해놓고 형을 다 살지도 않은 사람이 보석으로 풀어달라는데 상관없다는 의견을 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씨와 20억원의 수임료 반환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최아무개 변호사는 정씨의 보석 허가와 관련해 검찰 출신 변호사 등 4명의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들의 조언에 따라 2억원을 사회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성의 뜻이 있다는 취지로 감형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1심 때는 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지난 3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1심보다 6개월 적은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합의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합의가 되면 구형을 낮추는 경우도 있지만, 도박은 피해자가 없어 합의가 중요하지 않다. 구형을 줄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씨가 1심 선고 뒤 도박재활센터에 기부를 하고, 거기서 재활치료를 받겠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구형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서울변호사협회에 최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이 사건은 과다 수임료 논란을 넘어 법조비리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정씨가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를 통해서 ‘전관예우’ 효과를 기대하며 고액의 수임료를 건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 정씨가 최 변호사에게 건넨 로비 담당자 명단에는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이름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허재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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