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더워요’ 불만
1주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
1주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서울 지하철 승무원인 김학진(48)씨는 이번주 들어 갑자기 더워진 날씨를 실감했다. 지하철 콜센터에 “더워요, 냉방 좀 세게 해주세요”라는 민원이 쏟아진 탓이다. 온도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객실의 승객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관제실은 물론 승객이 직접 비상인터폰까지 걸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민원 통계를 받아보니, 25~26일 지하철 이용 시민들이 직접 양 공사에 접수한 “덥다” 불만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날들이다.
1주일 전인 18~19일 서울메트로에 접수된 “덥다”는 민원은 206건과 214건에 불과했지만 25~26일은 308건, 421건이었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다. 도시철도공사도 18~19일 295건과 265건에서 25~26일 각각 342건과 496건으로 크게 늘었다.
양 공사는 ‘냉방기 취급 기준’에 따라 객실 온도를 24~26도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28도 이상일 때 냉방기를 가동하지만, 승객 요청에 따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
5년 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신형 기관차는 온도를 설정해놓으면 에어컨·환풍기·송풍기 등 냉방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반면 20~30년 된 구형 기관차는 승무원이 온도계를 보며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갑자기 여름 날씨를 보인 26일 대부분의 전동차에 냉방기를 가동했음에도 민원이 폭증했던 셈이다.
더 문제는 온도를 낮춘다 해도 민원이 반드시 줄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승객의 체질과 복장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쌀쌀한 아침에 따뜻한 옷차림으로 나왔거나 건장한 젊은이라면 24~26도가 더울 수 있다. 반면 어르신이나 오래 타고 있는 승객은 같은 온도에서 춥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4월 들어 이미 한날 한 전동차에서 ‘덥다’ ‘춥다’ 불만이 충돌하고 있다. 심지어 한겨울에도 민원 때문에 냉방장치를 작동해야 할 경우가 있다. 특히 손님이 많은 구간에서 “덥다”는 민원이 잦다. 혼잡한 구간에 진입하기 전에 일찌감치 난방장치를 꺼둬야 사람의 체온이라는 까다로운 변수까지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 날씨의 ‘리트머스’인 지하철의 고충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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